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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안 옛길은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1,2,3코스를 22.5㎞를 걷는대 6시간이면 충분하다. 함월산에 위치한 성안 옛길 제2코스에 있는 과수원길을 시민들이 오순도순 이야기 하며 걷고 있다.

울산 중구 성안동 함월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22.5㎞ 오솔길이 '성안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논·밭을 가로지르는 농로와 숲속을 거니는 오솔길이 이어진 이 길은 도심 바로 곁에 위치하고 있지만 숨은 매력에 비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옛길 알리기에 적극 나선 것은 북정동 주민센터. 특화사업으로 성안동 자연부락의 농촌 풍경과 오솔길, 등산로를 연계해 3개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만들었다는 표현은 산책코스를 정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기존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안내판이나 조촐한 벤치 등을 새로 설치했을 뿐, 인공적인 시설물은 자제했다. 지난 세월 울산 토박이들이 걸어온 옛길은 이제 참살이 시대를 맞아 자연 그대로 순수한 '명품 길'로 각광받고 있다.

 

# 개성있는 3개 코스, 골라 걷는 재미

   
▲ 성안 옛길 제3코스 성동마을 입구 전경.
함월산 일대 성안동을 크게 휘감아 돌아 가는 '성안 옛길'은 모두 3개 코스로 총 연장 길이는 22.5㎞에 이른다.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 자락을 아우르는 제 1코스가 14㎞로 최장 코스인데 성안중학교에서 다시 돌아오는 경로로 성인의 경우 4시간이 소요된다. 중구청에서 조성한 맨발 등산로를 시작으로 고즈넉한 숲속길을 거닐다 보면 성안내약마을을 지나게 되고 청구농장과 참새미골, 과수원길, 시능골, 정암저수지 등 소담한 농촌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점이 1코스의 특징이다.

주민센터- 주민 협력 명품길 조성

 성안내약마을은 지금도 돌담이 있고, 멋스런 옛 방앗간이 방아를 찧는 등 시골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4시간 거리 1코스가 산책길로 부담스럽다면 청구아파트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2코스(7㎞)를 선택하면 된다.
 청구아파트 뒷편 입구에서 출발하는 2코스는 청구농장을 지나 참새미골을 거치면 나타나는 과수원길이 압권이다. 이맘때 쯤이면 길 옆으로 탐스럽게 열린 배가 산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부지런히 걷는다면 2시간이면 돌아올 수 있어 주말 가벼운 산책길로 적당하다.
 성안동 순환도로에서 성동마을을 경유하는 3코스는 3.5㎞로 길이는 가장 짧지만 '고씨 정각'과 가을 황금들녘 수놓은 벌판이 눈앞에 펼쳐지는 등 풍광이 다른 코스에 못지 않다.
 1시간 거리로 걷기 열풍 속에 매일 산책하는 매니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차별화된 코스…맞춤산책 즐거움

   
▲ 제2코스에서 볼 수 있는 덕원사.
 성안 옛길은 대단한 풍광을 자랑하는 것도, 깔끔하게 산책로가 정비된 것도 아닌 투박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인공미가 절제된 탓에 더욱 정답게 느껴진다.
 옛부터 농사를 위해 닦아진 촌길을 거닐면서 다양한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는 산교육장으로 더할 나위 없다.
 고씨 정각 마당 앞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태극문양 연못과 드넓은 들판에 생명수를 공급해 온 정암저수지, 옛부터 물이 마르지 않기로 유명했던 참새미골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옛 전설을 간직한 상징적인 바위도 눈길을 끈다. 1코스 숲속길에 숨어있는 '장군바위'가 주인공인데 야음동 신선산의 신선바위와 얽힌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온다.
 장군바위를 지나 숲길을 조금만 걷다보면 눈에 띄는 소망탑도 이채롭다.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 영험함에 기대어 한개 한개 정성껏 소망탑을 쌓아 올렸을 선조들의 손길이 마주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2코스 과수원길 손에 꼽히는 절경

   
▲ 장암 저수지를 지나서 볼 수 있는 돌탑.
 최근 성안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성안 옛길이 점차 알려지고,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각 코스 일부 구간이 성안동 순환도로와 겹치면서 옛길과 현재의 차도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 도심에서 5~10분 거리에 접할 수 있는 성안 옛길은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지리산의 둘레길 못지 않은 명품길임은 분명하다.

 

 

# 성안 옛길 재조명, 주민센터가 앞장 
성안 옛길은 갑자기 새로 생긴 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늘 그곳에 있었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로였다.
 성안동 토박이 주민들 입장에서는 늘 왕래하는 친숙한 통로, 그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이 길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는 이유는 단순한 시대적 유행 덕분이 아니다.,
 주민을 위하는 주민센터의 열정은 옛길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진부호 북정동장과 직원, 관심있는 주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성안 옛길을 명품 산책길로 조성하려는 구상을 시작했다.
 옛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도심과 가깝과 자연환경이 보존된데다 산책하기 좋은 경사도 등 성안 옛길의 장점이 제주도 올레길 못지 않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주민센터가 구상한 성안 옛길 조성사업은 '개발' 방식이 아니었다.
 최대한 지금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산책가들이 걷기에 불편함만 덜어주면 된다는 순박한 발상이 오히려 성안 옛길 만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전국 10대 누리길 선정 매력 발산

   
▲ 고씨 제실 앞 연못.
 4군데 입구에 성안 옛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세웠고 코스 중간 중간에 이정표를 세웠다.
 코스 별로 색깔이 다른 리본을 길 중간 중간 나뭇가지에 묶어두는 센스도 발휘했다.
 일부 접근이 어려운 산길만 보수했을 뿐이다.
 하지만 울산의 성안 옛길은 이제 명실상부 전국의 명품길로 인정을 받았다.
 국토해양부에서 선정한 10곳의 누리길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게된 성안 옛길에는 산책가들의 편의를 위해 휴게용 정자 2동과 간이화장실, 벤치 20개 등이 추가 설치될 전망이다.
 중구청은 앞으로 '성안 누리길' 운영성과를 모니터링해 입화산(산림공원) 등 중구 개발제한구역 전체를 연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명품길 조성 진두지휘 진부호 북정동장

"한번 걸어보면 또 걷고싶은 친환경 산책길 만들기 최선"

   
▲ 진부호 북정동장이 성안 옛길 안내 표지판 앞에서 코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안옛길 조성을 준비하면서 제주도 올레길을 탐방했는데,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안 옛길은 올레길 못지않은 순수한 매력이 넘치는 명품길입니다"

 최근 성안 옛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자 진부호 북정동장(53)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주민들과 함께 옛길의 가치를 발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옛길 조성에 나선 진 동장은 5월께 어느정도 산책길로서 윤곽이 드러나자 6월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걷기 교실을 개강했다.
 주민들에게 하루 빨리 옛길을 선보이고 싶은 조바심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옛길을 접해 본 주민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지난 여름방학 동안에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옛길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 가을에는 낭만이 있는 달빛산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직원과 주민 5명이 주축이 돼 탄생한 이 길은 이름을 짓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가칭으로 '성안 오솔길'을 정해놓고 수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성안옛길'이라는 꼭 맞는 이름을 골라냈다.

 전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명품 산책길을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 생길 법 하지만 진 동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다.
 "외부 유입이 많은 성안동의 특성 상 주민들이 아직 이 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선 주민들에게 먼저 알려야지요. 그 다음엔 울산 시민들 모두가 만끽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글= 김지혁기자 usji@·사진=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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