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대폰이 울렸다. 서울에 사는 지인의 번호다. 반가워 받아보니 내가 사는 곳으로 일이 있어 가고 있으니 저녁에 얼굴 한 번 보자는 것이다. 어디쯤 왔느냐고 물으니 영덕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영덕이라? 혹시 싶어 어디로 가느냐고 하니 '울진'이란다. 내가 사는 곳은 '울산'이라고 하니 울산 울진 같은 곳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가 사는 울주군을 울산시 울진군으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이른바 중앙일간지도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 내가 사는 곳을 경남 울산으로 소개한다. 그래도 그건 이해할 수 있다. 경북 울산으로 소개할 때는 기가 막힌다.

 그 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된 울산광역시라고 꼭 밝힌다. 경상남도도 경상북도도 아닌 울산광역시라고!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14년째이다. 일기예보에서는 아직도 울산은 '동네 날씨'를 찾아가야 하는 '무명도시'다.

 인터넷 DAUM(다음) 일기예보에서 직접 확인해보라. 우리나라 날씨는 서울 대전 청주 대구 전주 광주 부산만 소개된다. 대구과 부산 사이 울산은 없다. NAVER(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경남은 있어도 울산은 없다. 그것이 21세기 최고의 매체로 대접받는, 전 국민이 애용하는 인터넷에서 울산이 가지는 존재감이다. 즉 존재감 0%, 바닥도 밑바닥이라는 것이다.

 NAVER에서 더 가관인 것은 '울산'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경남 울산' '경상남도 울산' '경북 울산'이 뜬다는 것이다. 경북 울산을 클릭해보니 '지식iN'에 '전라도 순천에서 경북 울산까지 승용차로 몇시간 걸리나요?'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지난 5월 인기 방송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3박4일간 전국일주를 하는 '코리안 루트'를 방영한 적이 있다. 약 1,500km 30여개 시.군을 거쳐 가는데도 포항, 경주에서 촬영을 하고도 울산으로 오지 않고 청도로 빠져버렸다.

 그 당시 울산의 '고래바다'에는 고래 출몰이 잦았는데 고래라는 좋은 방송 아이템을 두고도 1박2일은 울산을 외면할 것일까? 내 생각에는 그들 역시 울산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래 전엔 한 외국 언론이 울산시를 '현대시'로 소개한 적이 있듯이.

 정말 화가 나는 것은 해마다 1월1일이면 바다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이란 새해 일출 명소를 가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람의 대부분이 포항 호미곶이 일출 명소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울산이 산업수도 울산, 생태도시 울산이라 자랑하지만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 아닌지 답을 알 수 없어 답답해진다. '우리들만의 리그', '우리들만의 잔치'로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울산시가 울산을 홍보하는데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신문사로, 방송사로, 고위 공무원이 방문해서 울산이 여전히 '변방' 취급당하는 것에 당당히 항의했다. 때로는 시장이 직접 나서서 울산에 대해 세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울산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
 울산시의 홍보비가 100억대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많은 홍보비가 어디에 쓰이는지는 몰라도, 울산에서 울산을 알리는 것보다 전국에 울산을 바르게 알리는데도 예산이 배정되었으면 한다. 

 울산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울산을 알리는 일은 울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안으로는 110만 울산시민들에게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울산을 찾아오게 만드는 관광동력인 것이다.
 또한 울산이 울산을 모르는 망신스러운 것들도 찾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간절곶에 가보면 어지럽게 서있는 조각들 중에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를 '보물285호'로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그 망신을 울주군청에 정정해달라고 요청한지 해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울산사랑이란 이름을 단 단체도 많고 여기저기서 울산사랑을 외친다. 진정한 울산사랑이란 울산을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