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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대공원 내 산책로 길이는 모두 7.7㎞. 짧지 않은 거리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갖가지 주제가 담겨 있어 옮기는 발걸음이 즐겁다.

 

 태화강대공원은 규모 53만1,000㎡로 서울 여의도 공원 면적의 2.3배에 달한다. 울산시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 5월말까지 사업비 1,196억원을 투입해, 태화들 일대를 실개천과 대나무생태원, 야외공연장, 제방산책로 등을 만들어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한때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이 다시 생명의 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담는다.
 

   
▲ 대나무로 만든 솟대.
# 태화강대공원의 과거(1987~2008)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87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구역 내 대나무 제거를 골자로 하는 태화강하천정비기본계획을 세웠다. 하천법상 하천구역 내 1m이상의 나무들은 치수상 제거하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 20%인 5만2,980㎡ 규모의 대나무 밭이 없어졌다.
 1994년, 도시계획변경에 따라 18만6,000㎡(5만6,000평)의 자연녹지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천혜의 태화강 자연이 인간의 개발중심적인 정책에 훼손됐다. 2000년 6월23일. 태화강에서 물고기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태화강을 등한시 했던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식이었다.
 2003년 8월19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태화강하천정비기본계획 재정비 안을 발표했고, 학계와 시민단체는 태화들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울산시는 개발된 주거지역 전체를 하천구역으로 환원해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토지보상비 등 상당부분을 부담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2005년 9월, 중앙하천관리위원회는 다시 태화지구 주거지역 18만6,000㎡을 하천구역으로 편입시켰다. 정부는 하천구역 편입 조건으로 보상비 1,000억원 중 울산시가 273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727억원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2006년부터 44만2,000㎡에 대한 사유지 보상을 실시하면서, 태화들에 쌓여있던 각종 폐기물 3,500톤과 비닐하우스 391동을 수거, 정비해 자연생태공원으로 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지금의 태화강대공원은 20년 동안의 환경파괴와 반성, 그리고 복원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태화강대공원의 현재(~2010.10)
   
▲ 실개천을 기로지르는 징검다리.

가을, 선선한 공기를 마시러 걸어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롭다. 산책로의 길이는 7.7km로 걷고 또 걷다보면, 대나무생태원과 실개천, 자라의 형상을 닮은 오산못을 만난다. 8,000여명의 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있다. 돌아오는 봄이면 유채꽃과 청보리 밭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강가 주위로 솟은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15일, 산책로 입구에 1,000㎡규모의 나비 생태원도 들어섰다. 종류별 생태안내판과 대형 원형구조물 등이 설치 돼 내년 봄이면 이곳에서 수백마리의 나비 떼를 감상할 수 있다. 앞서 14일, 태화강대공원은 '2010 제2회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상'에 선정됐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바람직한 국토 및 도시디자인 아이디어와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실시한 공모전은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의 어울림에 초점을 맞춘 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더욱 크다.
 
#태화강대공원의 미래(2010.11~)
울산 환경디자인의 대표가 된 태화강대공원은 이제 '울산이야기'의 대표가 되기 위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1일. KTX울산역이 문을 연다. 이제 울산도 KTX시대를 맞은 것이다. 울산시는 관광객들에게 태화강대공원을 알리기 위해, 매일 운행되는 KTX 울산시티투어코스로 넣었다. 태화강대공원이 울산시민들만을 위한 곳이 아닌, 누구나 찾아가는 명소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회복된 자연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 만남 속에 이야기가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태화강은 묵묵히 바다로 흐르고 또 흘렀다. 오는 2013년 말까지, 태화강 철새공원과 태화루 공원, 선바위 공원 등이 마무리 되면, 강은 그동안 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속삭일 것이다.   글=윤수은기자 usyse@ 사진=김정훈기자 idacoya@ulsanpress.net
 

[ 태화(太和)의 유래] 자장이 신선을 만난 연못 이름을 따 절지어

신라 선덕여왕 5년, 자장율사가 당나라로 건너가 수도할 때의 일이다. 중국 산둥반도에 있는 '태화못'을 지나갈 때 홀연히 신선이 나타나 "나라에 고민이 있는가"하고 물었다. 자장율사는 "우리나라(신라)는 북으로 말갈, 남으로 왜국, 고구려와 백제까지 국경 변두리를 침범하고 있어 백성들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이 다시 "신라로 돌아가서 황룡사에 9층 탑을 지으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를 위해 경주 남쪽에 절을 짓고 복을 기원해 달라"고 말했다. 자장율사는 이 말을 듣고 신선과의 인연을 잊지 않겠다며 신라로 돌아와 그를 위해 절을 지었다. 절 이름은 신선과 만났던 못의 이름을 따서 '태화(太和)'라고 지었다. 이 절의 이름을 따서 강 이름 또한 '태화강'이 됐다. 참고=울산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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