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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씻기지 않은 길을 홀로 나선다. 지나친 소음을 내 뱉거나 격한 음성으로 울부짖지 않는다. 사계절 산이 그렇게 소임을 다하는 것처럼. 잎을 다 떨군 나무도 그러할까? 마음은 벌써 깊은 산 속이다. 울산을 출발한지 세시간만에 차는 구병산 입구 구병 아름마을에 도착했다.

산행시간을 왕복 세 시간으로 결정하고 등산길에 나섰다. 산행 초입부터 서리가 내린 바닥이 제법 미끄럽다. 오름길 중간 중간 멈춰 서서 산 정상부를 바라보아도 봉우리들에 가려 잘 보이질 않지만 정상을 향하는 내내 그리 숨 가쁘지 않은 평탄한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산행 초보자들에 알맞은 산행 코스라 여겨진다.
 한 시간쯤 산길을 오르니 정상이 100m남았다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더욱 힘이 나서 정상으로 내달았다.
 
아홉개의 봉우리 병풍 두른듯

 구병산(九屛山)은 속리산에서 시작된 '충북 알프스'가 구간의 마침표를 찍는 산(보은군청에서 1999년에 속리산에서 구병산을 잇는 43.9Km구간을 '충북 알프스'라 命名하고 업무표장 등록을 한 바 있다.)이며, 뾰족뾰족한 아홉개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하여 구병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속리산 형제봉(828m)과 '비재' 중간지점에 위치한 '690m봉'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남서쪽으로 약 12km를 뻗어가다가 보은과 경북의 도계에 웅장하고 수려한 아홉 폭의 병풍을 펼쳐놓듯이 아름답게 솟구친 산으로 단애를 이루고 있는 암릉과 울창한 수림, 그리고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 등 경관이 수려하다.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고 산행을 해야 하며 곳곳에 깎아지른 절벽지대가 있고, 우거진 숲으로 물도 맑아 여름산행지로 적격이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의 천황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데, 구병산의 정상은 평평하며 넓은 보은평야가 내려다보인다. 속리산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한 경관을 지녔으나 교통이 불편하여 그동안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난 뒤부터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굳이 '충북알프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둘러볼만한 산이다.

하산길에서 만난 풍혈

은 여름철에 땅 속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산기슭에 뚫린 구멍이다. 초여름에 얼음이 얼기도 하며 옛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전국에 경상도 의흥현(義興縣 지금의 경북 군위군 의형면)과 전라도 광산현(光山縣 지금의 광주) 두 군데에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구병산 산기슭에서도 이를 접하니 신기하기만 할뿐이다. 우리고장과 인접해있는 밀양의 얼음골도 그와 마찬가지인 풍혈의 하나일성 싶다.

구병마을의 자랑 송로주

 하산 길은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간여유가 있어 찬찬히 둘러본 구병마을은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젊은이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대도시로 떠나버린 듯한. 그러나 구병마을이 자랑하는 송로주(쌀을 주성분으로 영지버섯과 소나무 잎 등을 재료로 만드는 증류주의 하나로 이 고장 특산물이란다.) 한잔에 우리는 또 산골마을의 탈출지인 도시로 향한다.

 

 

   
 

【다음산행안내】
△일시:12월 19일 △산행지:울산 강동 사랑길 트레킹 △산행코스:정자항-옥녀봉-우가산-강동축구장-우가산 봉수대-당사항 -우가항-곽암-정자항 △산행시간:3시간내외 △출발지:동천체육관 오전 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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