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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헌 박상진 의사가 독립운동 당시 비밀회합 장소로 이용했던 정각이 대규모 택지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보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구 송정동 429번지에 위치한 봉산정(밀양 박씨 송정문중 정각).
 봉산정은 고헌 박상진 의사가 독립운동 당시 비밀 회의장소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문중에 따르면 봉산정은 지난 1906년 향교와 문중이 병영 병사의 목재 등을 이용해 지어졌으며, 수년전까지 문중 회의장소로 이용돼 왔다고 한다.
 봉산정은 진사를 지낸 박의사의 6대조 할아버지인 하계공의 별칭인 봉산거사에서 따 온 이름이다.
 봉산정인 일반적인 누각(정자)과 달리 양 옆으로 방이 위치하고, 중앙에 회의를 할 수 있는 큰 마루가 있는 특이한 형태를 띄고 있다.
 100여평의 대지안에 30여평 규모의 봉산정 건물 내부에는 독립투사 관련 면모를 보여주듯 기둥에 태극문양 등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문중 총무인 박동진씨(60)는 "정확한 자로는 없지만 문중 어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박의사가 독립운동을 할 당시 비밀회의 장소로 이용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일제의 감시가 심했던 만큼 문중회의를 가장해 비밀회의를 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산정 20여m 뒤쪽에는 '송애정사'라는 서당도  남아있다. 봉산정과 비슷한 시기에 건립돼 박 의사가 글을 배우고 공부를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지금은 관리가 안돼 거의 폐가가 되어있다.
 울산예총 박종해 회장은 "봉산정과 송애정사 모두 박의사가 이용했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건물의 주춧돌, 기둥 등이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보존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송정지구 택지개발 사업 때문에 조만간 봉산정과 송애정사 모두 헐리게 될 위기에 처했다.
 송정택지 개발사업 부지 안에는 송정동 봉산정과 화봉동 괴천정(괴천공이라는 영천에서 울산으로 첫 이사온 박 의사의 7대조 할아버지)등  2개의 박씨 문중 관련 정각이 있다. 괴천정은 보존 결정을 내려졌지만 정작 박의사의 생가와 가까운 봉산정은 아직 보존 여부가 불투명하다.
 문중의 문화재 지정과 보존 요구에 대해 울산시는 당시 박의사의 비밀회합 장소였다는 기록된 자료가 없고, 문중 정각을 문화재로 지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100여년 이상 된 건물이기는 하지만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미흡하다"면서 "현재 위치가 아파트가 들어 올 부지이기 때문에 박의사 생가 복원사업으로 기념관 등 공원화가 되면 그쪽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중  박동만 회장은 "유적은 제자리에 있어야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면서 "박의사의 정신이 깃든 정각을 현재의 위치에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중에서는 봉산정 앞에 지난해 10월부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문중 문화재의 송정지구 택지개발 불법편입을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내걸어 놓았다.  울산의 정신적 지주인 항일투사 고헌 박상진의사의 흔적을 보존할 대책이 시급하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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