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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물질만능에 우리 전래의 가부장적 가족윤리는 찾아볼 수 없다. 사위도 남편도, 아버지도 드라마 속에서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TV에 등장하는 광고까지 남자들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최근의 푸르덴샬생명 광고는 잔잔한 음악과 평화로운 흑백 영상 위로 "10억을 받았습니다"라는 미망인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원주택에서 세차를 하고 있는 이 여성에게 찾아온 한 양복 입은 신사는 다름 아닌 사망한 남편의 보험설계사다. "모든 것이 남편과의 약속이라고 했던 이 사람, 이젠 우리 가족의 라이프플레이너입니다"라는 내레이션에 이어 어린 딸과 밝은 표정으로 함께 비누풍선을 부는 여인의 모습은 많은 남편들의 심기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 이를 본 어느 40대 남성은 "너무 노골적이라 섬뜩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모 아파트 분양광고에는 옛 연인이었던 두 남녀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이 되는 것으로, 묘한 기대감을 일으키게 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정상적인 가족관계에 금이 갈 수 있는 자극적 내용마저 무방비로 광고 시장에 노출되어 있다. 남성들의 어개가 겨울추위만큼이나 웅크려들게 하는 세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