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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5일 새학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지만 개학이 두려운 학부모들이 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선희(가명) 양의 어머니 이모(36)씨는 이날 딸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지만 개학에 대한 기대보다는 "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딸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지 걱정이 앞선다.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이씨는 여느 부모처럼 새 학기를 맞아 딸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딸의 학교생활에 지장을 줄까 걱정돼 학교를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씨는 학기 초 당연하다는 듯 학교에서 급식당번이나 청소를 하라는 연락이 올 때마다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특히 학교급식당번제의 경우 자신이 가지 못해 돈 3만원에 사람을 구해 대신 보낼 때는 참담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말 많은 급식당번제에 대해 일반 학부모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만 이 씨의 경우는 이를 통해 스스로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이씨는 "학기 초부터 계속 엄마들을 학교에 나오라고 하는데, 특히 학부모 회의나 면담 등이 있을 때마다 죄도 없는데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같이 급식당번과 학부모 면담 등 학부모가 학교에 갈 일이 많은 3월이 이씨에게는 '잔인한 달'인 셈이다.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들도 개학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구모(48)씨는 요즘처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에는 이런 저런 걱정에 한달 전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
 구씨는 "2월부터 잠이 오지 않더라. 개학이 되어 아이가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어떤 분을 만날지 너무 답답하고 또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에 늘 노심초사한다"고 말한다.
 구씨는 "개학일부터 아예 학교 근처에 항상 머물며 언제든 선생님의 호출을 받으면 학교로 달려갈 수 있도록 대기할 것"이라며 개학 뒤 겪을 맘고생을 드러냈다.  박송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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