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해 10월말 완공된 북구 신천초등학교 앞 4차선 도로가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준공과 철길건널목의 운영, 신호등 설치 등의 문제로 개통이 지연돼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선 개통 등 행정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훈기자 idacoya@

울산신문고는 억울한 민원이나 잘못된 행정을 민원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민원인과 쌍방향 취재로 만드는 현장 기사입니다. 제보를 주시면 검토후 민원인에게 연락드립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울산 상습 정체 호계 신-구 7호 국도 연결도로
월드메르디앙 준공조건 수십억 들여 기부채납
아파트 일부 하자에 사용승인 보류로 개통 지연
주민들 불편 우선 해소 등 행정 유연성 발휘해야


#민원의 현장

"행정 당국이 주민들의 불편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늑장행정을 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답답한 마음에 본지 사회부에 민원을 호소한 정성제씨(57·매곡동)는 칼바람이 부는 일요일 아침, 울산시 북구 신천동 신천초등학교 앞 4차선 도로에 홀로 서 있었다. 문제의 민원은 북구 매곡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를 건설하는 월드건설이 호계지역 교통분산을 위해 북구에 기부채납한 도로가 행정규제라는 '전봇대'에 막혀 불구가 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 개발지로 주민증가가 급격히 이뤄지는 이곳에는 이미 임시승인이 난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에 1,000여 세대가 입주했고, 매곡산단이 활성화되면서 일대 도로가 북구 최악의 정체구간으로 변해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이런 행정이 말이 됩니까?

"출퇴근 때마다 지옥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북구청은 왜 수십억 들여 만든 도로를 불구로 방치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핏대를 올리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정씨는 "새 도로만 개통되면 정체구간이 한 방에 해결된다"며 "아직 완공이 안됐다면 몰라도 차선까지 다 그어져 있는 도로를 행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북구 신천동과 매곡동 등을 포함하는 농소2동은 울산에서도 인구 증가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 2003년 협성노블리스(882세대)로 시작된 이지역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2007년 들어 5월 극동스타클래스(633)와 12월 대우푸르지오(1,137세대)가 들어섰다. 신천동의 엠코타운(714세대)도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월드메르디앙(2,688세대)의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는 구국도 7호선이 유일하다. 경주방향에서는 신천을 경유해 매곡으로 진입하고, 울산에서 호계를 지나 신천, 매곡으로 향한다. 더욱이 주공아파트 2개 단지가 들어서 있는 호계동의 구획정리 구간 내 주민들과 신한디아채가 있는 약수마을 주민들도 구국도 7호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매곡산업단지가 활성화 되면서 개인 승용차량과 시내버스, 대형트럭이 집중되면서 호계 철길건널목을 포함해 구국도 7호선은 상습적인 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평일 낮시간대에도 정체를 빚고 있으며, 특히 울산에서 5일장으로 유명한 호계장(1일, 6일)이 열리는 날이면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된 도로가 월드건설이 기부채납하기로 한 민원현장의 도로다. 이 도로는 국도7호선의 신·구 구간을 횡으로 잇고, 매곡지역으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매곡동 주민 정성제씨가 북구 신천초등학교 앞에서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 기부채납도로를 가르키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지난 10월말 사실상 완공된 이 도로는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준공과 철길건널목의 운영, 신호등 설치 등 크게 3가지 문제로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이 도로는 아파트 준공과 함께 북구에 기부채납될 예정이었으나 아파트의 일부 하자 문제 등으로 준공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기부채납도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의 준공 승인과는 별개로 완공된 도로는 개통할 수 있는 행정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철도청의 철길건널목 운영 협의도 늦어지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도로 가운데를 지나는 철도 때문에 건널목에 필요한 신호수 배치 등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도로 개통에 의지를 갖는다면 행정 협의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당국의 입장

새로 건설된 도로의 개통을 총괄하는 북구는 문제의 도로에 대해 "기부채납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해당 도로는 북구청 소유의 도로라고 할 수 없다"며 "아파트가 정식으로 승인이 나야 기부채납도 가능하고, 북구청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이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북구의 입장이다.
 
#대책은 없나?

주민들의 답답한 민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행정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북구청과 울산시, 건설사 등은 주민민원을 고려해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들을 모두 울산시 교통개선대책심의위원회에 일괄 안건으로 올려 통과한다면 즉각적인 개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는 27일로 예정된 심의위원회에서 일괄상정이나 통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할 판이다.
 교통문화시민연대 박영웅 대표는 "모든 일에 주민편의가 최우선이라는 행정의지가 요구되고 있다"며 "오는 27일 열릴 심의위는 이 도로의 개통과 함께 행정의 정체를 뚫을 수 있는 심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