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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들여 밥·농사·집 짓듯 福도 노력한 만큼 찾아와
복 농사 다름아닌 베풂·나눔…봉사·기부로 복짓는 한해되길




인간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엇을 만들어야만 한다. 물건을 만들고, 일을 만들고. 그런데 어떤 것은 만드는 것이지만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한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만드는 것도 짓는 것도 무엇을 이루기 위한 행위인데 듣는 느낌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만들다'의 사전적 의미는 '상품을 만들다', '옷을 만들다'와 같이 '기술과 힘을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밖에도 규칙, 모임, 돈, 일거리, 보고서 등도 만든다고 한다. 반면에 똑같이 만든다는 의미지만 '짓는다'는 '옷을 짓다', '약을 짓다'와 같이 '재료를 들여 만들다'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또한 '시를 짓다'와 같이 글을 만드는 것과 '집을 짓다'와 같이 건물을 세우는 일, '벼농사를 짓다'와 같이 농사일 등을 표현할 때 '짓는다'고 말한다.

 듣는 느낌 뿐만 아니라 다른 차이점은 없을까? 둘 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짓는다'고 할 때는 보다 많은 정성이 필요해 보인다. 가족의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면서 밥을 짓고, 병이 낫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약을 짓고, 씨를 뿌려 많은 소출을 내기 위해 정성들여 농사를 짓는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올해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신묘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새해 인사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다. 인사를 받으면서 '과연 나는 복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마음 속에는 항상 '복이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농사를 지으려면 적기에 충실한 씨앗을 가려서 파종하고, 모가 다 자라면 이앙하고, 병충해를 입지 않도록 보살피고, 생육조건을 잘 맞춰 키워야 가을에 몇 배출의 소출을 기대할 수가 있다. 농사를 잘 못 짓게 되면 종자도 못 건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이 복도 그냥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정성을 들여야지 씨만 뿌려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우선은 씨 뿌릴 밭이 있어야 하고, 그 밭에 제때에 파종하고 거름 주고 정성을 기울여 가꾸어야만 많은 복을 수확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하듯이 복 농사를 지으려면 복 밭(福田)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에게는 복 밭이 있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주위에 복 밭은 무궁무진하다. 보통 사람들이 복 밭인 줄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불교에서는 부모에게 공양하고 삼보에 공양하며 배고픈 이에게 적선하고 아픈 사람 간호하며 우물을 파고 길을 닦고 다리를 놓고 하는 등의 팔복전(八福田)을 말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방생을 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도 모두 복 짓는 일들이며 그 대상이 우리들의 복 밭(福田)인 셈이다.

 복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베풀고 나누는 것이며, 현실에서는 봉사활동과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기부는 금전이나 물건뿐만 아니라 재능, 기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기 등 나눌 수 있는 것이면 모두 기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어렵고 힘든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수많은 선린들을 만나오고 있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생각으로 시작한 베풂과 나눔의 길에서 이탈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모든 사람들이 초심에서 물러나지 않고 밥을 짓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짓듯이 온갖 정성을 기울여 복 농사 짓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서 새해 인사도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복 많이 지으세요!'나 '복 많이 지읍시다!'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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