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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남창 옹기종기 시장

 

 

   
▲ '남창옹기종기시장'은 사라져가는 전통 재래장 속에서 긴 역사와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하며 단순한 재래장에서 벗어나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울산 대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인근 텃밭에서 기른 파릇파릇하고 신선한 채소, 바닷가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활어, 화사한 화초, 닭과 토끼 등 가축, 거기다 푸근한 사람 냄새.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과 달리 시골 장터에서는 장보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사람 사는 냄새와 온정, 삶의 에너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만나는 재래장에서 말 한 마디에 값을 깎고 덤을 얻는 재미는 그야말로 '덤'이다.
전통시장은 우리 이웃의 생생한 삶과 푸근한 정이 배어 있는 문화관광 명소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제철 먹을거리는 물론 투박한 분위기에 적당한 소음까지도 매력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사라져가는 전통 재래장 속에서 긴 역사와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장, '남창옹기종기 시장'이 있다. 이제 이곳은 단순한 재래장에서 벗어나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울산 대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길 위에 서 있다.



3·8일마다 서는 5일장 조선시대 문헌에도 기록
교통발달로 우시장 사라지자 점점 쇠락
지난해 28억 투입 시설 현대화·문화사업 새단장
진하·간절곶 등 주변 연계 '관광코스'개발 기대



 
# 100여년에 이르는 역사가 흐르는 시장
남창장은 끝자리 3일과 8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다. 남창장이 정부 등에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은 것은 95년 전인 지난 1916년이다. 하지만 울주 문화원 부설 향토연구소의 '울주연구 제4호'에 따르면 200여년 전인 영조 36년(1760년)에 발간된 '여지도서'에서도 남창장이 언급돼 있고, 100여년 전인 고종 31년(1894년) '울산읍지'에도 남창장에 대해 나와있다고 하니 그보다 더 오랜 역사가 흐르는 시장임을 알 수 있다.

 

 

 

 

   
▲ 시장 내 역사전시관, 다문화판매관, 전통주막, 누리터 등이 설치되면서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제공은 물론 문화체험, 휴식공간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700년대 후반에도 남창 시가지 도로 위에서도 열렸다고 전해지는 남창장은 동네 전체가 시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남창장은 우시장이 활성화 돼 있었다. 우시장이 크게 형성되면서 남창장에서 도살한 소를 가지고 만든 선지국밥이 처음 나왔다고도 전해진다. 140년의 전통을 가진 선지국밥집은 지금도 남창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식 인증(?)을 받은 3년 뒤 4월8일에는 남창장에서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지금도 매년 4월이 되면 이를 기념하는 남창 3·1일 만세운동행사가 열린다. 남창시장은 지역민들의 애국심을 느낄 수 있는 역사가 살아숨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1935년 남창장 인근에 들어선 남창역은 목조건물로 역사(驛舍)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2004년 9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 2002년 전면적인 보수·정비가 이뤄지긴 했지만 건립 당시의 형태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지금도 남창역에는 하루 35회 열차가 오가고 있으며, 역 안에 들어서면 텔레비전에서 보던 옛날 드라마 속 세트장에 들어선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남창역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던 남창장은 교통문화가 발달하면서 크게 자리잡았던 우시장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됐다. 교통문화가 발달하기 전에는 우시장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지만 발달한 후에는 시장 형성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남창 시장 상인의 말이다. 이후 48년 전인 1960년대에 남창장은 지금의 위치로 옮기게 됐다. 우시장이 사라지고 나니 남창장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20여년 전부터는 오전에만 장이 열리는 등 급속도로 위축됐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노천장으로 운영되는 남창장은 다시 종일장으로 변모했고, 2000년부터 시설현대화 사업을 하면서 더욱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어나게 됐다. 정기시장이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와 달리 남창시장은 정기시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매년 성장을 하고 있는 곳이다.
 
# 관광상품 가능성 가진 시장
남창시장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월 열린 '2010년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남창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잘 되고 있는 우수시장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이름도 '남창옹기종기시장'으로 바꿨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남창옹기종기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지난 12월에는 시설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총 사업비 13억원을 들여 길이 126m, 너비 8.5~10m, 높이 11m 규모의 아케이드 설치공사를 완료하고, 사업비 15억1,000만원을 투입해 시장 내 역사전시관, 다문화판매관, 전통주막, 누리터 등을 설치했다.

 

 

 

 

   
▲ 시장 원형마당에서 투호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또 즐길거리 마련을 위해 널뛰기,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마련하고, 전통주막에서는 선지국밥과 막걸리를 옹기로 만든 호리병과 그릇에 담아내며 옛 주막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옹기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장도 한 켠에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고, 옛부터 남창시장에 형성돼 있었지만 냄새나 외관상의 이유로 축소된 가축시장도 확대해 남창옹기종기 시장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남창 옹기와 100년 전통의 선지국밥·내장국밥, 남창막걸리를 비롯해 서생배까지 5가지를 시장 특산물로 지정, 시장을 적극적으로 알려 고객을 유치하고, 중기청의 예산이 확보된다면 고객쉼터, 특산품 코너, 놀이방, 물품보관소 등을 만들어 고객들의 편의를 높일 방침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에만 치우친 것은 아니다. 시장 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시장의 정보를 담은 카페와 연계되고, 시장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시장정보, 상품정보, 상품검색 등도 할 수 있다.

 남창옹기종기시장의 인근에는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위치해 있다. 외고산 옹기마을을 비롯해 남창역, 진하해수욕장, 서생포왜성, 대운산 등을 비롯해 해가 가장 먼저 떠 새해가 되면 많은 인파가 운집하는 간절곶 등 차로 10~15분 내외의 거리에 풍부한 관광자원이 인접해 있다.
 울주군과 남창옹기종기시장 상인회는 이처럼 풍부한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코스 등을 개발해 문화와 관광, 역사가 살아 숨쉬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보람기자 usybr@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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