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혜왕(惠王)이 즉위 1년도 못돼 죽자 아들 부여선(夫餘宣)이 왕좌에 오르니 제29대 법왕(法王)이다.
할아버지 성왕(聖王)은 신라 진흥왕에게 딸을 시집 보내며 나제동맹을 맺고 한강 유역을 차지한 고구려를 함께 물리친다. 신라는 한강 상류를 차지하고 백제는 하류에 머물렀는데 진흥왕이 느닷없이 군사동맹을 깨고 침범해 강 하류를 뺏는다. 이에 성왕은 아들 창(위덕왕)을 내보내 신라 관산성(충북 옥천)을 치려다 오히려 붙잡혀 노비 출신인 신라 장수의 손에 숨져 버린다. 중국과 주요 해상 무역거점을 잃은 백제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맞게 되고 귀족들은 분열 조짐 마저 일고 있었다.
불교를 숭상한 법왕은 사비성 인근에 왕흥사(王興寺)라는 큰 사찰을 짓고 살생을 금하며 사냥한 매를 풀어 주고 어부들의 그물 등 어로 도구마저 빼앗아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바닷일로 생계를 잇는 어부들이 나라님에게 어구를 뺏기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불심의 힘이라도 빌려 나라를 안정시키려 했던 법왕기의 위태로운 사회상과 왕의 간절함도 엿보인다. 위덕왕 동생인 혜왕과 법왕은 1년 남짓한 짧은 즉위 기간과 암살로 추정된는 갑작스레 맞게된 죽음에서 이 시기 백제가 정치. 사회적으로 큰 혼란기를 맞았다고 추론되고 있다.
그리고 법왕에게 또 하나 근심거리가 있었으니 아들 부여장(夫餘璋, 무왕 武王)의 혼사 문제였다. 장창호 작가는 소리연기를 통해 왕비를 나무라며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하려는 태자 창을 부른다.
나제 동맹으로 남하하던 고구려를 물리친 백제는 첫 수도 위례성 고토를 되찾았으나 중국 당나라 뱃길을 잇는 한강 하류를 탐낸 신라에게 뺏긴다. 보복전을 벌이던 성왕이 애절한 죽음을 맞자 신라에 대한 적대적 감정의 골은 더 깊어져만 가는데 태자 장이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데려와 혼인을 하려 든다. 민심은 크게 흔들리고 왕은 고심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소리 연기 : 장창호 극작가, 정리 : 김동균기자 justgo999@ulsanpres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