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풀어야 바다를 건널 수 있어요"

[주말ON-역사동화] 판타지로 떠나는 반구대 선사마을

2025-06-12     김미영
역사동화. 김미영 제공

초록 섬으로

"호랑이가 말한 거북마을 초록섬… 설마 그곳과 관련이 있는 건가?"

 임 국장이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휴대폰을 보던 임 국장 눈이 동그래지며 외쳤다.

 "원서 연구원 거야. 그가 이 절벽을 통해 선사세계로 온 게 분명해!"

 "원서 아저씨는 암각화 절벽에서 실종됐지 않아요?"

 영서가 놀라 하는 말에 임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는 다른 길로 온 거야. 그는 그곳에 선사세계와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전설을 가끔 말하곤 했어. 그 길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범굴을 나와 산 정상으로 가던 유주가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 원서 아저씨가 관심 있는 뭔가가! 누가 바위에 그림을 새겼다든지. 그래서 쫓는다고 시끄러워 용왕이 열이 나 거북나라를 흔들었다든지!"

 유주 말에 임 국장이 골똘하게 생각했다.

 "용왕이 열이 났다? 고래사냥꾼이 왔다? …… 고래사냥꾼이 바위 새기는 소리에 용왕이 열이 났다? 그래서 거북나라가 흔들려 선사세계 탐사국방에 있는 절벽에 틈이 생긴 거다? 그런 상상 할 수 있겠어"

 임 국장의 말에 유주는 원서 연구원에 대해 계속 말했다.

 "만약 원서 아저씨가 고래사냥꾼을 봤다면 암각화연구소로 돌아와야지, 왜 선사세계로 갔죠?"

 그 말에 윤서가 소리쳤다.

 "혹시 고래사냥꾼에게 쫓겨 간 걸까? 화살을 갖고 달아났을까?"

 지산이가 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뭔 말 하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바위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가능해. 화살을 잃었다면 고래사냥꾼은 그것을 찾아야 했겠지. 그가 화살을 새긴다고 바위에 왔다면, 어쩌면 바위를 훼손한 범인을 찾을지도 몰라"

 경주가 골똘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만약 이야기가 우리 상상대로면 화살도 찾아야겠어. 사슴 뼈로 만든 화살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고 했어. 그래서 고래사냥꾼이 그걸 잃었다면 얼마나 황당했겠어. 만약 화살을 찾아 그에게 돌려주면 말없이 집으로 돌아갈 거고, 그러면 암각화 바위에 난 틈이 제대로 될 수 있어. 그런데 그 화살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임 국장이 아이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이 휴대폰은 우리가 바위의 미스터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야. 우선 아기고래를 만나 이 휴대폰을 보이면 원서 연구원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을 거야. 그 후 원서 연구원을 찾기로 하자. 상상 속 이야기는 그 다음 또 얘기하자"

 "알았어요. 초록섬부터 찾아봐요!"

 영서는 말하며 임 국장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에 오른 임 국장이 지도를 살폈다.

 "저기가 호랑이가 사는 범굴이니 초록섬은 그 앞 바다에 있어"

 임 국장이 곧장 범굴 앞 바다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와, 바다다! 윤슬이 반짝거리는 저 곳으로 빨리 가요"

 윤서가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산이 흔들리더니 범굴 안에서 호돌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임 국장이 아이들을 안심시키자 영서가 말했다.

 "호랑이가 울어 산이 흔들리는 거예요? 산이 흔들려 호랑이가 우는 거예요?"

 "여기가 지진이 일어나는 단층이긴 해"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아주 위험한 곳에 있네요!"

 산이가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궁우리 아이들과 임 국장은 초록섬으로 가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

 "땅이 이제 그만 흔들리면 좋겠어!"

 경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좀 빨리 앞장 서!"

 산이의 재촉에 궁우리 일행은 숲속을 바쁘게 걸어서 계곡으로 내려왔다. 구불구불한 계곡에 맑은 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와! 폭포수 같아! 웅장해!"

 물가로 달려 나온 유주가 계곡물을 바라보며 외쳤다.

 "자, 다들! 감상은 나중에 하고 원서 연구원이 왜 선사세계로 갔는지, 선사세계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해!"

 임 국장이 계곡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곧 그 문제를 해결할 테니까요"

 유주 말에 임 국장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그때 윤서가 외쳤다.

 "저기 배가 있어! 저거 타고 초록섬으로 가요!"

 궁우리 일행은 곧장 계곡으로 뛰어 내려갔다. 유주가 멈칫하고 바위틈에 섰다.

 "계곡에 오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나도 그런걸. 새 소리가 노래처럼 들려와. 음 좋은 소리, 너도 들려?"

 경주가 유주를 보고 물었다.

 "나도 들려,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내 핸드폰에 다운받아 저장하면 좋겠어"

 유주가 눈을 스르르 감으며 말했다.

 "나도!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게 원망스러워. 어, 경주 쟤 어디 가?"

 소리에 홀린 듯한 경주가 걸어가 계곡 물속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흥얼거렸다.

 "경주! 지금 뭐 하는 거야? 얘, 정신 차려!"

 지산이가 외치며 달려가 경주를 재빨리 끌어냈다.

 바로 그때였다. 흐르던 계곡물이 멈추더니 물이 고이면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높아진 물이 빙글빙글 돌면서 속에서 거듭 솟구쳐 올랐다. 궁우리들 눈이 동그래졌을 때, 물에서 거북이가 불쑥 나왔다. 유주가 깜짝 놀라 외쳤다.

 "저게 뭐야? 거북이! 아 금빛 거북이야!"

 햇살에 비쳐 반짝반짝 빛나는 등짝을 한 거북이가 따뜻한 눈빛으로 궁우리들과 임 국장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 정말 귀여워!"

 영서도 감탄했다.

 "난 거북이가 무서운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귀여워!"

 윤서도 다가가며 말했다.

 "얘들아, 귀여운 건 나중에 보고 우린 저 배를 타러 가자. 빨리 초록섬에 가 봐야지!"

 임 국장이 궁우리 아이들을 다그치자, 거북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여기는 아무나 저 바다로 나갈 수 없어요! 수수께끼를 풀어야 갈 수 있다는 전설을 못 들으셨어요? 난 이 계곡 지킴이란 말예요"

 거북이의 말에 임 국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전설? 우린 초록섬으로 갈 건데?"

 "수수께끼를 풀어야 바다를 건너 초록섬으로 간다고요"

 "문제를 풀 시간이 어디 있어? 저 배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임 국장과 거북이 말에 지산이가 거북이를 향해 외쳤다.

 "안녕하세요? 거북이님! 우리가 저 바다를 건너는 걸 허락해 주세요!"

 "재, 우리말 못 알아듣는 거 아냐? 호랑이랑 다른가?"

 윤서가 눈이 동그래져 물었다.

 "있어 봐"

김미영 울산문인협회 회원

 임 국장이 목걸이를 손에 잡고 거북이 눈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거북이가 눈을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 계곡을 통해 바다로 나가려는 아무에게나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문제를 푼 자라야 지나갈 수 있다니까요"

 "시간이 없어. 얘들아, 다른 길로 돌아가야겠어"

 임 국장이 말하고 돌아서자, 배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아, 안 돼! 거기 누가 탄 거야? 빨리 돌아와 줘!"

 유주와 영서가 손나발을 하고 한소리로 외쳤으나 배는 계속 멀리가고 있었다.

 "헤엄쳐 갈 수도 없고. 얘들아, 안 되겠다. 거북이, 빨리 수수께끼부터 내 봐요"

 임 국장이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거북이를 보고 하는 말에 유주가 말했다.

 "국장님, 이게 호랑이가 말했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일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