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계곡을 통해 시선 마을로 가라는 거 맞아"

[역사동화] 판타지로 떠나는 반구대 선사마을

2025-10-09     김미영
역사동화. 김미영 제공

 

원서 연구원을 찾아 시선 마을로

그들은 부랴부랴 계곡으로 나와 걸으면서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우리가 만나다니! 나 찾으러 온 거야?"

 "맞아요, 할아버지. 그런데 원서 아저씨는요?"

 "같이 찾아야겠어"

 "아직 못 찾으셨어요? 그럼 할아버지 혼자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안 무서웠어요? 조금 전 만났던 용 같은 동물은 없었어요?"

 윤서가 대호 교수를 보고 물었다.

 "응, 그렇지만 동굴을 벗어나는 데는 고생했지. 너희를 만나니 이제 안심이 돼. 그래 국장님이랑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모터보트를 타고요"

 "모터보트라니?"

 "아 예, 선사세계 탐사국에는 현실 세계와 선사세계를 연결하는 모터보트가 있어요. 선사세계 사람들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제가 제안해 주문제작한 걸 처음 타고 온 거죠"

 임 국장이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아직 몰랐다는,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를 보고 유주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곳에 와 보고서야 믿을 수 있어요. 감히 누가 그런 기술로 여기 올 수 있을 거라 상상이나 하겠어요?"

 "그러게 말이야. 요즘 첨단 과학이 발달하긴 하지만 그런 기술을 나도 빨리 보고 싶구나"

 "교수님은 암각화 바위를 통해 오셨죠?"

 임 국장이 물었다.

 "알고 있군요. 여기까지 오면서 원서 연구원의 행적을 찾았어요"

 대호 교수가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보였다. 그러자 유주가 휴대폰을 보였다.

 "이 목걸이 원서 연구원 거 맞네요"

 임 국장이 목걸이를 보고 말했다. 대호 교수가 무리에게 말했다.

 "그렇죠. 저도 알고 있었어요. 이제 우리 힘을 합해 원서 연구원을 빨리 찾아보도록 합시다"

 "원서 아저씨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이 물건들을 뺏으려고 누가 해친 건 아닌지 걱정돼요, 할아버지!"

 유주가 근심하며 말했다.

 "분명한 건 원서 연구원이 살아있다는 것과 사슴 뼈 화살을 갖고 있다는 거야. 그 화살은 용왕의 것으로 화살을 만든 사람이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거든"

 대호 교수 말에 임 국장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관심 있게 말했다.

 "사슴 뼈 화살이라면 고래사냥꾼이 왔다는 거군요? 당연 그들 손에 있을 화살을 어떻게 원서 연구원이 가지고 있다는 거죠?"

 "임 국장, 화살을 만든 애꾸눈 장인이 찾는 고래사냥꾼이 바로 원서 연구원을 찾고 있더군요. 애꾸눈 사람 말이 자신이 선물로 바친 사슴 뼈 화살을 도둑맞은 용왕이 불같은 화를 내서 땅이 흔들린다고 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설을 안 믿었는데 믿어야 하나요? 그래서 거북마을 바위에 이상이 발생했던 건가요?"

 "아니, 임 국장. 그게 무슨 말이오?"

 "아, 교수님도 나중에 보시게 되겠지만 선사세계 탐사국 암각화방에는 선사 시대 사람들이 새겨놓은 암각화를 볼 수 있는 모형 바위가 있어요. 그 바위에 난 틈이 거북 마을을 다스리는 용왕이 낸 화 때문이라면 제가 그 전설을 믿을 수밖에 없겠다고요"

 "암각화방에서 전설을 확인하다뇨?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봐요!"

 대호 교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선사세계 각 마을을 전자파로 연결해 볼 수 있는 방이에요. 각 선사 마을의 위치와 상황을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는데 마침, 궁우리 친구들이 선사세계 탐사방에 왔을 때 반구대암각화 바위에 이상이 발생한 거죠.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 알고 재빨리 대처하기 위해 출동한 거예요"

 대호 교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자, 윤서가 말했다.

 "할아버지 혼자서 원서 아저씨를 찾으러 가신다는 일부터 위험해 보였어요. 그런데 다음날 할아버지가 안보이지 뭐예요. 저희가 활을 쏠 때 땅이 흔들렸거든요. 할아버지가 혹시 위험에 처해 못 오시나 싶어 바로 암각화연구소 국장님한테 연락해서 달려갔어요. 그때 또 갑자기 암각화연구소 선사세계 탐사 방에 위급상황이 발생한 거였어요. 국장님이 반구대암각화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했어요"

 윤서 말에 유주가 말을 다급히 이었다.

 "안 그랬으면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난 걸 알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국장님과 바로 모터보트를 타고 할아버지를 찾으러 나올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이제 안심이에요. 우리도 이 목걸이 걸고 왔어요"

 유주가 목걸이를 보이자 아이들도 자기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대호 교수가 안심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랬구나.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임 국장과 너희가 내게 큰 힘이 되는구나"

 대호 교수는 그 말 뒤에 애꾸눈 늙은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윤서가 물었다.

 "애꾸눈 어른이 별빛 골짜기에 대해 말했다고 하셨죠? 거북이도 '별빛 가득한 계곡'을 보라는 비밀을 말했어요"

 "잠깐, 뭔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거북이가 가르쳐 준 시선 마을로 가라는 거 아닐까요?"

 유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해 대호 교수도 가만 추측해 보았다.

 "별빛 계곡을 통해 시선 마을로 가라는 거 맞아"

 대호 교수 말에 임 국장이 지도를 펴 시선 마을을 찾았다. 용등산을 돌아 안실마을을 넘어야 했다. 그들은 지도를 보고 계곡을 걸었다. 계곡에는 길이 산 위로 올라가는 길과 옆으로 빠지는 길과 물길이 흐르는 대로 가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경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산이가 외쳤다.

 "어디서 사라졌나? 빨리 찾아야겠어요"

 대호 교수 말에 임 국장이 돌아서며 말했다.

 "제가 찾아 갈 테니 교수님은 아이들과 가서 원서 연구원을 찾아요. 그리고 시선 마을에서 만나기로 해요"

 "그럽시다. 서로 빨리 찾아 거기서 만나도록 해요!"

 대호 교수와 궁우리 아이들은 임 국장이 경주를 찾아오리라 믿고 발걸음을 옮겼다. 옆으로 빠지는 길로 시선 마을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와악! 할아버지, 지진이에요! 땅이 흔들려요!"

 "그래! 빨리 여기를 벗어나자. 저 다람쥐들을 따라가!"

 대호 교수는 다람쥐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알았어요. 누구나 위험할 때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가니까요!"

 윤서가 달려가면서 말했다. 모두 다리가 긴 윤서를 뒤따라 달렸다. 다람쥐 무리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 멈춘 곳에 그들도 멈추었다.

 "와악! 여기 있으면 되겠어. 이제 안 흔들리기를!"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다. 크게 흔들린 땅은 이내 멎었으나 몇 번 더 작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놀라지 않았다.

김미영 글·그림'반구대 고래, 꽃무' 출간·울산문인협회 회원

 

 그들이 멈춘 곳은 산 언저리였다. 바다와 둘러있는 산들과 물 끝에 깎아놓은 듯한 절벽과 산비탈 사이로 계곡이 뿌리처럼 뻗어 있었다. 대호 교수는 서 있는 곳이 지도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저기 안으로 가면 시선 마을이 있을 거야"

 "빨리 가요, 할아버지. 이제 원서 아저씨를 찾는 건 시간문제겠어요"

 교수가 조금 편안한 얼굴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아이들은 경주를 찾으러 간 국장님이 잘 가고 있나, 돌아본 후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