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문을 연 운명의 해석자, 지그문트 프로이드
[김진의 천명지운] 김진명리학회 회장·시인·철학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운명은 시작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그 '보이지 않는 곳'의 문을 두드렸던 사람이다. 그는 정신세계의 은밀한 지하실에 빛을 비추었고, 우리도 알지 못한 채 끌려다녔던 충동과 기억, 상처와 욕망의 정체를 하나하나 밝혀냈다.그리고 말했다. "당신의 운명은 당신이 무시한 무의식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1856년,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프라이베르크인메렌에서 태어났으며 유대계 가정에서 자랐다. 부친은 권위적이었고, 모친은 애정이 깊었다. 그는 일찍부터 언어와 고전학, 철학에 두각을 나타내었다. 빈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며 뇌신경학자로 첫발을 딛게 되었다. 그러나 점차 그는 보이지 않는 정신의 구조에 매혹되어 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히스테리, 반복되는 환상, 꿈속의 단서들 등 그 모든 것을 꿰뚫는 하나의 비가시적 질서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러한 탐색은 『꿈의 해석』(1900)이라는 거대한 책으로 태어났다. 그는 꿈을 허상이 아닌, 억압된 욕망의 상징적 표현으로 보았다.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다." 이 선언은 심리학뿐 아니라 문학, 철학, 예술 전반에 지대한 충격을 주었다. 프로이드는 그 책에서 꿈을 일상언어가 아닌 '상징언어'로 해석했고, 인간의 정신은 결코 합리성의 지배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핵심 이론은 '무의식(unconscious)'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의식하지 못한 욕망과 억압이 삶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을 탐사하기 위해 자유연상, 꿈 해석, 실수행위 분석 등 다양한 기법을 개발했다. 이것을 통하여 개인의 행동 이면에 있는 심층적 동기를 알아내었다. 그는 마음을 '얼음산'에 비유했다. 우리가 아는 자아의식은 수면 위의 일각일 뿐이며, 그 아래 깊은 무의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운명 개념에도 심대한 균열을 가져온다. 전통적으로 운명은 외부의 힘으로 여기며 신, 별자리, 유전자 등의 작용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그는 방향을 다르게 보았다. 그에게 운명이란, 우리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한 내면의 잔해들로 구성된 이야기다. 잊고 싶은 과거, 부정한 욕망, 감춰진 감정 등 그것들이 삶의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아나 우리를 지배한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지만 "무의식에 우연은 없다"라고 한다.
그의 이론 중 하나인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은 운명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개인이 과거의 고통이나 실패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을 말한다. 왜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고, 같은 실수를 저지르며, 익숙한 불행에 머무는가? 이다. 그것은 외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에 새겨진 상처의 되풀이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운명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연출하는 무대다. 또한 그는 인간의 정신 구조를 원초아(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라는 삼분법으로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원초아는 원초적 욕망의 자리이며, 초자아는 사회와 도덕의 내면화된 목소리다. 자아는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율자다. 이러한 세 가지 세력이 뒤엉킬 때, 인간은 죄책감, 불안, 억압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삶은 점점 자기 의지가 아닌 외부나 과거의 반복으로 규정되기 시작한다. 그 혼돈에서 우리는 삶을 제어할 수 없다고 느끼고,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혼돈의 실체를 설명함으로써, 운명을 '인식이 가능한 질서'로 탈 신화화했다. 물론 그의 이론은 논쟁과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과도한 성 중심적 해석, 경험적 검증의 어려움, 개인의 내면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 등은 그의 이론의 한계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그가 심리학에 남긴 족적은 논쟁을 넘어서 있다. 그는 정신의 지도를 그렸고, 지도 위에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의 길을 그릴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하는 순간, 더 이상 그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이 것은 운명의 해방은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선언이다. 삶은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고, 시험하고, 미끄러지게 한다. 그 안에서 우리가 자신을 직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연 같은 고통을 해석이 가능한 여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운명이 아니라, 서사가 된다. 그는 단지 심리학자가 아니었다. 인간 내면을 해부한 시인이다. 욕망과 고통을 하나의 이론으로 엮어낸 정신의 고고학자였다. "인간의 행동은 외부의 환경조건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심리적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김진명리학회 회장·시인·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