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논의, 유연성과 현실이 해법

2025-11-20     울산신문

한국은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고용연장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는 그 흐름에 신중한 질문을 던진다. 조사 결과, 정년제가 있는 30인 이상 중소기업의 86.2%가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선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직무 능력과 건강 상태, 성과 등을 고려해 정년퇴직자 중 일부를 새로운 계약 조건으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정년을 일괄 연장하자는 의견은 13.8%에 그쳤다. 이는 사실상 '선택적 고용연장'을 통해 인건비 부담과 현장 효율성 간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정년 연장을 법적으로 강제할 경우, 가장 큰 부담으로 인건비 증가(41.4%)가 꼽혔다. 이어 산업안전·건강 관리(26.6%), 청년 채용 기회 감소(15.8%), 생산성과 업무 효율 하락(12.2%) 순이었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약 68%는 이미 정년퇴직자와 재고용 계약을 맺고 있는 중이다. 재고용을 시행 중인 기업 가운데 약 80%는 선별적 고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희망자를 재고용하는 곳은 20.9%에 그쳤다. 정년 이후에도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75.7%에 달한다는 점은, 중소기업이 고령 근로자를 배려하면서도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고용 연장이 가장 필요한 직무로는 제조업 생산기능직(92.7%)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이는 단순한 정년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 내 기술 계승과 숙련도 유지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다만 모든 직무에 적용될 수는 없기에, 업종별 세부 전략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정년 연장이 단순히 법과 제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인건비 부담과 청년 일자리 위축, 현장 생산성 저하 우려는 정책 설계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다.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한다면, 선별 재고용과 같은 유연한 고용 방식을 제도화하고, 이에 따른 재정적 지원과 법적 기반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정년 연장을 논하기에 앞서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