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희는 완전한 내 포로야!"
[역사동화] 판타지로 떠나는 반구대 선사마을
임 국장이 경주를 찾았을 시각이었다. 대호 교수와 궁우리 아이들은 수염 긴 자들에 의해 움집 방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어디서 온 자들이야? 앞으로 나와 봐!"
곰 가죽 망토를 두르고 큰 나무 의자에 앉은 자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불빛에 번들거리는 구릿빛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워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유주는 움집 안에 흙과 풀냄새를 맡으며 주위를 날카로운 눈길로 살폈다. 벽은 억새풀로 꼼꼼하게 엮여 있어 그 어떤 모습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 것 같았다. 서로의 옷자락을 꼭 붙잡은 채 몸을 움츠리고 있던 영서가 입술을 깨물며 교수의 등 뒤로 숨었다. 윤서는 떨리는 긴 다리로 억지로 버티고 서 있었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갔다.
“족장님 말을 듣지 않고 뭣들 하느냐?"
탁, 탁, 탁―
수염이 긴 자 하나가 날카로운 죽창을 손에 두들기며 다가왔다. 무서운 눈으로 아이들을 살피더니 거친 손으로 주머니를 뒤지고, 죽창 끝을 아이들 앞에 갖다대려했다. 유주가 움찔하고서 경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왜 이러는 거요?"
대호 교수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멈춰라!"
족장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대호 교수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어디서 온 누구냐?"
족장의 인상은 험해 보였으나 눈빛은 의외로 사나워 보이지 않았다.
“난 대호 교수라 하오. 우리는 사람을 찾아 먼 곳에서 왔소"
대호 교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단호했다.
두루 족장이 나무 팔걸이를 탁 치며 일어섰다.
“나는 이 시선 마을의 족장 두루요! 이 마을에 내 허락 없이 오다니, 누구 허락으로 여기까지 온 거요?"
“저들이 데려 온걸요!"
윤서가 조그맣게 말했다.
“아니! 그게 사실이야?"
두루 족장은 수염 무리를 향해 크게 물었다. 그들은 마을을 지키는 경비들이었다.
“족장님. 저들도 지금 저기 있는 자와 같은 곳에서 온 것 같아 데려왔습니다!"
죽창을 든 경비가 한 발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혹시 너희도 바다 세계에서 온 자들이냐?"
두루 족장 말에 대호 교수가 말했다.
“우린 바다에서 오지 않고 찾는 이가 있어 왔어요. 그를 찾기 전에는 이 마을을 나가지 않을 겁니다"
“뭐, 누구? 그 자가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하나?"
두루 족장의 물음에 대호 교수가 물었다.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어디 있다는 말이요?"
“나는 낯선 이를 싫어하지만 오늘 많은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달라졌어. 부하들이여 이 자들을 그곳으로 인도해라!"
“알겠습니다. 족장님!"
긴 수염 경비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두루 족장 말에 대호 교수와 궁우리 친구들은 눈이 둥그레졌다. 여기 어딘가에서 원서를 곧 만날 것 같아서였다. 경비들은 움집 방에서 나와 마당 한 쪽으로 무리를 데려갔다. 그곳은 어둠이 짙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소리는 들렸다.
“원서 연구원, 원서 씨 있어요?"
대호 교수가 소리쳐 불렀다. 그런데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벽을 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대호 교수는 갇혀 있는 자가 원서 씨란 직감이 왔다.
“원서, 원서 씨!"
대호 교수가 소리치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누구시기에 내 이름을 알아요?"
대호 교수는 어둠 속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원서 연구원 맞죠? 나는 대호 교수요. 궁우리 애들도 같이 왔소. 우린 선사세계 탐사국을 통해 원서 씨가 실종됐다는 말에 걱정되어 찾으러 온 거요"
“아, 교수님! 잘 오셨어요!"
원서 연구원이 울먹이며 말했다. 어둠 속에 원서의 몸은 작아보였다. 대호 교수는 화가 나 두루 족장이 듣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사람을 가뒀어요?"
“나는 시선 마을의 족장이고, 이 마을에서 사용하는 물건과 사람을 관할하고 있소!"
횃불 속에 두루 족장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저 사람을 풀어 줘요! 지금 당장요!"
지산이가 소리쳤다.
“아니! 이들이 감옥 맛을 못 봤구만! 어디서 큰 소리야! 당장 감옥 맛을 보게 해 주지! 여봐라! 이들도 당장 감옥에 쳐 넣어라!"
두루 족장 명령에 수염 긴 자들이 우루루 달려와 무리를 붙잡았다. 그들은 어둠 속에 반항하다 끝내 놈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감옥은 언덕을 파서 만들어 흙냄새가 진동했다.
“굴을 파지 않는 한 나오지 못할 거야. 이제 너희는 완전한 내 포로야!"
두루 족장은 감옥에 갇힌 무리를 향해 소리쳤다.
“꺼내 달라는 말이 무슨 죄라고 우리를 가둬요?"
영서가 외치고 이어 유주가 말했다.
“원서 아저씨랑 같이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야. 아저씨, 고생했죠?"
“미안해, 나 때문에 너희가 갇혀서. 교수님, 죄송해요!"
“있어봐. 나갈 길은 있어."
순간, 대호 교수는 임 국장과 경주를 생각했다. 그들이 온다 해도 감옥에 있으면 만날 수 없게 되고 말 터였다. 그러면 그들은 하염없이 시선 마을을 돌아다닐 테고. 그렇게 생각한 대호 교수는 얼른 가방 안에 든 돌망치를 꺼냈다. 그리곤 잠시 주위를 살폈다. 바깥이 소란한 것을 봐서 아직은 돌망치를 사용해선 안 될 것 같았다.
“할아버지, 다 막혔는데 길이 있다고요?"
“응 윤서야. 다 있어"
“안 돼요. 지금은 위험해요. 새벽에 사슴 뼈 화살을 갖고 가야 돼요"
원서 씨가 작게 말하자 유주가 물었다.
“사슴 뼈 화살이 어디 있는데요?"
“저들이 빼앗아 갔어!"
“와우! 최악이잖아!"
유주가 말하고 놀라 손으로 입을 막았다. 대호 교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
“남이 갖고 있는 것을 뭐한다고 빼앗아?"
“저들은 동이 트면 보초만 두고 모두 사냥하러 간다고 했어요. 그때 잘하면 사슴 뼈 화살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원서 연구원 말은 아주 조심스러웠다. (계속) 글·그림 김미영 울산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