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에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소일거리'로 행복해지자
[리더스 싱크] 윤형진 울산 동구 노동자지원센터 생애설계상담실장
퇴직을 앞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대부분의 퇴직자는 일정기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고용센터 방문이나 구직활동을 이어간다. 그 기간만큼은 일정한 생활 패턴이 유지되고 최소한의 생활비 조달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업급여까지 끝나게 되면 이 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하루가 길어지고 가야 할 곳도, 해야 할 일도 사라진 듯한 공허감이 찾아오고 수입이 중단됨에 따라 관계의 위축과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최근 정년퇴직 한 분의 상담 사례가 그 단면을 보여준다. "매일 산에 가는 것도 지겹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하루 종일 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루 3~4시간 정도 일하고 조금의 용돈이라도 생기는 소일거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는 많은 퇴직자들이 바라는 이상적 노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기며 살아가는 삶.' 그런데 사전적 의미의 '소일거리'(그럭저럭 세월을 보내기 위한 심심풀이)만으로는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제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인생2막의 소일거리를 정의해보면 두 가지 조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필요조건은 '하루 종일 일하지 않으면서 약간의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다. 단순 봉사나 무료활동만으로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둘째, 충분조건은 다음 네 가지가 있다. ① 위험하지 않을 것, ②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③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④ 하고 싶을 때까지 지속할 수 있을 것. 즉, '조금 벌고, 재미있고, 안전하고, 오래 할 수 있는 활동'이 바로 인생2막의 '재미있고 의미있는 소일거리'다. 이를 찾기 위한 출발점은 자신의 강점·관심사·경험을 다시 탐색하는 일이다.
이런 조건을 전제로 '소일거리'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까?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사회공헌형이다. 자원봉사나 사회공헌활동, 사회참여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교통비 수준의 활동비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핵심은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과 심리적 보람에 있다.
두 번째는 공공기여형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공근로, 노인일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수입이 보장되지만 참여 자격과 횟수 제한이 있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는 자아실현형이다. 특정 분야의 재능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강사, 작가, 컨설턴트, 유튜버 등이 있는데 난이도가 높은 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뜻이 맞는 사람끼리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취미여가형이다. 말 그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여가활동을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다. 목공예를 하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수익성은 높지 않은 반면 내가 원하기만 하면 기한의 제한없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은 책임부담형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 재가요양보호 등 일정한 책임과 체력, 위험관리 능력이 필요한 유형으로 일정한 수입이 보장된다. 손주를 돌봐주는 것도 이 유형에 포함될 수 있는데, 단, 무료봉사가 아닌 경제적인 대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위에 제시된 유형 중 한가지를 선택하기 보다는 유형별로 한 가지씩 해 보면 어떨까? 매일매일이 훨씬 역동적이고 활기찬 일상이 될 수 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소일거리'야말로 행복한 후반전을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통로가 될 것이다.
윤형진 울산 동구 노동자지원센터 생애설계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