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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最古)의 발견은 불과 무기이다. 불과 무기는 사나운 짐승에게 몸을 지키는 수단으로, 채집생활을 했던 인류에게 보다 질 높은 영양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토록 큰 도움을 준 발견들도 문명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농업이다. 문명의 효시가 된 농업은 삶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 수단이었으며, 오늘날 어느 문화권에서든 발견할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이다.

 농업 이전 채집과 사냥은 한정된 양 때문에 배불리 먹을 수 없는 날이 잦았지만, 땅에 씨앗을 뿌려 경작한 이후 인류는 더 이상 배를 곯거나 이동생활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나라에 '만석지기'라는 표현이 있듯, 옛날에는 창고에 쌓아놓은 쌀이 몇 섬이냐에 따라 집안의 부를 가늠할 수 있었을 정도로 농업은 인류의 역사에 고루 관련돼 있다.

인류문명의 시발점 '농경문화'

 '만약 농업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인류는 어떻게 됐을까'하는 의문은 농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문명의 첫 몽타주는 씨족 마을인데, 씨족은 농업이 시작됨으로써 인류가 한 장소에 정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생겨났다. 고대의 서양 일부는 농업이 생기기 전 모계 사회를 이루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기존 모계사회를 형성했던 고대도 결국엔 근력이 있어 농사를 짓기 유리한 남성, 즉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부장적 사회를 구축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이는 남성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호승심과도 연계돼, 경작한 곡물의 양 등의 기준으로 권력을 나누는 일명 신분제가 생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집단에서 가장 커다란 힘을 가진 권력자는 나라를 세워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농업은 국가가 생겨난 배경에 그치지 않고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의식주에 해당하는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천재지변으로 인한 흉작과 전쟁을 대비해 국가 창고에는 언제나 백성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쌀이 저장돼 있어야 할 정도로 농업은 중요했다. 중국의 제자백가사상에 농업을 중시하고 농경에 힘써야 국가가 발전한다고 주장한 학파인 농가(農家)가 있을 정도로 농업은 국가 행정의 튼튼한 울타리였으며 백성 대부분의 생계수단이었다.

식량 안전공급은 국가 유지 수단

 독립 국가들은 정착한 땅의 지형·날씨라는 자연환경적 요인과 자연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자원으로 고유문명을 만들어냈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법과 질서를 확립했으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깨달은 철학으로 문화를 꽃피웠다. 이 모든 문화가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온 데에는 바로 '기록'이라는 혁신적인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의 발견으로 한 곳에 정착하게 된 인류는 금세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느꼈고, 문자를 만들어냈다. 물론 문자가 존재하지 않는 문명도 있었지만 그러한 문명들은 대부분 역사가 짧다. 결국 문자도 농업의 발견 이후 생겨난 것이며, 순차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문자가 탄생한 배경은 농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업의 발달로 인류도 함께 발전

 이와 같이 농업은 문명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며, 역사에 기록된 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농업은 역사를 거치면서 점차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었다. 이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역시 식량 공급의 기능이다. 때문에 해마다 많은 작물을 수확하려 갖은 노력을 한 끝에 농기구의 발달, 작물과 가축의 개량, 작물의 재배관리 기술과 생육을 저해하는 생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는 기술 등이 발전 및 보급되었다.

 영어로 문화는 culture, 농사를 경작하다는 cultivate, 농업은 agriculture로, 서로 비슷한 알파벳으로 구성돼 있다. 세 단어의 어원이 경작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단어를 농업에 뜻을 둔 라틴어에서 가지고 올 정도로 농업은 인류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을 닦아주었다. 현재는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와 환경 교육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농촌, 우리가 문명의 최대 정점인 도시 속에서, 농촌의 한없이 자애로운 푸름에 향수를 느끼는 까닭은 그곳이 인류가 누리는 모든 문명의 출발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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