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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지르고 도망 등 모든 범행 담담히 재연
"화재 모방범 안 나왔으면"  뻔뻔한 걱정도
 

   
▲ 지난 16년간 동구 봉대산 일원에 상습적으로 불을 낸 '봉대산 불다람쥐' 현장검증이 28일 오후 열린 가운데 김모(52)씨가 지난 94년 12월3일 새벽 4시께 첫 방화를 시작했던 봉대산 내 한 농원입구에서 방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속보】= 28일 오후 1시44분께 울산시 동구 봉대산 남목산성 인근에서 16년동안 90여 차례 산불을 낸 김모(52)씨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이 시작됐다.  이날 김씨는 검정색 모자와 운동복, 슬리퍼 차림으로 마스크를 쓴 채 현장검증에 나섰으며, 1시간 10분가량 라이터 등을 이용해 불을 지피고 때론 손가락을 가리키는 등 경찰관계자와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의 범행을 재연했다.

 김씨는 지난 94년 12월3일 새벽 4시께 첫 방화를 했던 봉대산 내 명자산 농원입구의 현장검증에서는 담배를 피고 담뱃불을 꺼뜨리지 않은채, 숲쪽으로 던지는 모습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김씨는 "첫 방화를 할때 집안의 금전적인 문제 등 너무 괴로운 일들이 떠올라 이를 잊고자 등산을 했었다"며 "당시 담배를 아무런 생각없이 숲속으로 던져 불이타는지 확인했지만, 불씨가 금방꺼졌다. 이때 희열감을 느껴 방화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마른 나뭇가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시작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김씨는 이어 이날 오후 2시7분께 네 번째 방화를 저지른 동구 서부동 남목체육소공원 인근 야산에서 직접 고안한 '방화도구' 등을 이용해 불을 붙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도 재연했다.  김씨가 사는 아파트 바로 뒤편으로 도로와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지켜보던 산불감시원은 평소 알던 사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산불감시원은 "아직 봉대산 불다람쥐가 안 잡혔느냐며 되려 묻기도 했던 사람"이라며 "정말 난감하고 희롱당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16년동안 '봉대산 다람쥐'라고 불리는 방화범이 드디어 붙잡혀 다행이다"며 "앞으로 산불발생 우려에 대한 걱정을 한 시름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약 1시간 30분간 이어졌으며 김씨는 현장검증 마지막에 "자신을 모방한 다른 산불방화범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6일 김씨를 구속한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이번 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1994년부터 최근까지 울산 동구 봉대산과 마골산, 염포산 일대에 96차례 산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울산시는 방화범 검거 경찰관에 대해 1계급 특진을 경찰청에 요청하고 유공 공무원 포상을 추천하기로 했다.  서승원기자 uss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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