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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란 도시에 와서 건축을 생업으로  해 대학 강단에서 먹고산 지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짧은 세월도 아니다. 그동안 학생들과 현장 실무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감회는 나의 짧은 문장력으로는 다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깊다.
 많은 것들을 겪어온 중에 필자가 처음 강단에 섰을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점이 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 그래서 갓 졸업하고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은 산업 현장에서 몇 달간 재교육 시켜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아마 대학 강단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교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봄직 한 내용일 것이다. 대학교육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산업 현장과의 갭을 좁히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 필자는 나름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사라지지 않는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내가 학생들을 위한답시고 주력하고 있는 것이 진정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현실적인 문제에만 집착함으로써 학생 때 형성되어야 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는 중요하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더군다나 과거와는 달리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 세대에서, 꿈보다는 현실적인 것이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대학들은 시대적 흐름이란 논리로 직업교육이라는 한쪽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몰두해 왔다. 양 날개와 같이 상호 보완되어야 할, 미래를 생각하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가치관 형성은 소홀히 한 채로 말이다. 대학사회와 대학생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굳은 틀 속에 갇힌 이들을 접하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좀 둘러보다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어느 한곳에 국한된 것이 아닌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느껴지곤 한다. 특히,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직장에서는 동료와의 관계성 속의 즐거움, 자아실현 속에서의 즐거움 등과 같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즐거움들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듯하다. 오로지 먹고 사는 문제, 즉, 승진을 위한 경쟁 혹은 과중한 업무처리 등에만 매달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 할 굴레로 직장이란 곳은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한국 사회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 다양한 문화의 충격 등 혼란 속에 놓여 있다고 생각된다. 세대 간의 갈등은 더 심화되고, 과거에 겪었던 이념대립(이데올로기 : Ideologie)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보다 더한 신(新)이념대립 속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어느 한가지로 지목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요인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젊은 청춘이기에 꿈을 꾸어야 하고 그들이 꿈을 펼쳐갈 수 있도록 무대를 열어줘야 할 대학 강단에서조차 현실적인 문제의 엄청난 중압감을 덜어주기엔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날마다 마주쳐야하는 필자로선 꿈을 꿀 수 없게 하는 학교환경 자체에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인간의 행동은 사고에 의해서 지배된다고 한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인간은 자신의 사고방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는다고도 할 수 있다. 경제적 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와중에 현실적인 문제들에 치중하여 고민하도록 하는 교육환경, 현실적으로 잡히는 것이 없으면 허황된 것이라 치부해 버리는 사회적 환경 등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좁고 극단적인 자아 집착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타인과의 융합과 이해보다는 자신의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여 여러 갈등과 대립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대학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앓고 있는 갈등과 대립은 더 나은 길을 향한 변화되어 가는 과정 중의 고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국은 대립과 갈등을 해소할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소통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아마도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에서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그 꿈을 제시하고 한국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 필요한 것 같다. 대학가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한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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