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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여름방학을 이용해 스페인과 모로코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세계 어느 국가든 잘사는 국가와 못사는 국가들이 인접해 있거나, 잘사는 국가끼리 국경을 맞대기도 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모여 있는 국가들도 많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 전국민이 균형된 삶을 누리는 선진국가인 스페인과 국민소득이 3,000불에 머물면서 빈부격차가 심하기로 세계에서 이름난 모로코를 보고 느낀 점은 다른 어느 국가들과 비교해 보아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묘한 감정를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유럽 남부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은 한반도의 두 배 반이 넘는 50만 5,990㎢로 인구 약 5,000만에 가까운 유럽의 대국에 속하는 국가로서 입헌군주제이지만 의원내각제를 채택, 양원제를 운영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반면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하고 해안선 길이가 1,835㎞로 사막과 평야가 어우러져 있는 대서양을 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국가이다. 면적은 44만 6,550㎢로 남북한의 약 2배, 인구는 약 3,500만에 불과한 발전의 소지가 많은 국가이다. 하지만 오랜 프랑스통치령에서 벗어나 1990년 즉위한 모하메드 6세가 20년 넘게 통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입헌군주제인 일인통치 운영체제이다. 아직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 몇 불로 생활하는 가난한 나라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지도자의 통치철학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스페인과 모로코의 현상에서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실은 남북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씁쓰레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모로코 내에서도 대서양연안에 위치한 부호들은 우리 부자들을 능가하는 대저택이과 최고급 자동차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빈민촌은 우리의 50년대 6.25전쟁의 피난민생활보다 더 비참한 생활모습 그대로이다.
 두 국가 간 해안의 인접국경은 불과 30㎞ 이내로 간혹 헤엄쳐서 스페인으로 밀입국한다지만 지중해 가파른 물살로 이마저 어렵기 때문에 스페인 모로코간의 여객선에 실려 있는 관광버스가 스페인으로 되돌아 올 때 버스 밑바닥에 붙어서 밀입국을 한다니, 이것은 우리가 60년대까지 부산에서 일본으로 밀항선을 타고 불법 입국하여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다 되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였다.
 현실적으로 민주주의 운영체제가 국가의 부강과 잘 살 수 있는 국민을 만들 수 있다는 확률이 일인독재의 군주체제나 공산주의체제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지금 세계 어디를 보아도 대부분의 선진 국가는 입헌군주제이면서도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거나 대통령중심제이면서도 국가 통치자는 공정한 선거에 의해 일정한 기간 국민의 손으로 지도자를 바꿀 수가 있다.
 어느 국가이든 후진국가에서도 잘사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선진 국가에서도 못사는 국민은 있게 마련이다. 완전 평등을 주장하는 공산주의체제에도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한 편이다.

 그러나 아무리 못사는 국민들도 언젠가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잘사는 국민들 속의 가난한 국민들도 가진 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낙관론과 빈부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의 단결과 충성심을 발휘할 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2개국이 독립을 하였지만 60년이 흐른 지금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고 선진 국가 진입을 목전에 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국가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 이에 대한 근본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험난한 정치사가 말해주 듯 민주주의 성공적인 운영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국토가 넓고 농업이 발달하고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지도자의 능력과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의 의지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평범한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스페인을 관광대국으로, 아름다운 국가로 만들 수 있었고 그와 대조적으로 모로코는 생각의 여운을 남기지 않는 국가로 전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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