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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지금까지 선보여 왔던 한국 애니메이션들은 CG 효과 등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이야기'에 충실하지 못하는 점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박행진을 하고 있는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와 한국적 기술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6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이 헛수고로 되돌아가지 않을 모양이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는 원작 선정에서부터 그 뿌리를 잘 뒀다. 베스트셀러이자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도 실린 황선미 작가의 동명 아동 문학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정은 일단 아이들의 이목은 끌 수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평생 양계장에서 알을 낳아야 할 암탉 '잎싹'이 청둥오리 새끼인 '초록이'를 키워 나가는 이야기다. 양계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마당에서 자신의 알을 품고 싶어 하는 잎싹은 4일간 단식을 펼쳐 죽은 척을 한 뒤 양계장 탈출에 성공한다. 자유롭지만 험하기만 한 자연에서 잎싹은 청둥오리 파수꾼 '나그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나그네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와 맺은 인연에 잎싹이는 나그네의 아들 '초록이'를 맡게 된다.
 동화를 모티브로 한 순수한 이야기. 이 구성으로 어른들의 눈길은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것은 주인공 잎싹이의 '모성애'다.
 잎싹은 아들 초록이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동물들에게 애정을 준다. 각 동물들의 특징을 꼽아 집오리들에게는 '도,미,솔' 이라는 이름을,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수달에게는 '달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심지어 자신을 위협했던 족제비의 새끼들까지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줬다. 그러한 따뜻함과 희생정신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만들며 성인들의 감성까지도 자극했다.

 감동을 한층 더 높였던 것은 냉정하기만 할 것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도 '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악인 역할을 했던 족제비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모성애가 있었다. 좀처럼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추운 겨울에도 족제비는 새끼들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새끼를 품어줬던 잎싹을 헤쳤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구도가 족제비의 모성애를 여실히 보여줬다.
 영화 자체의 색채감과 동물들의 실제적인 표정도 눈에 띤다. 동화책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파스텔 톤 배경에 한국적인 색을 가미한 암탉과 청둥오리의 모습이 국산 애니메이션임을 증명한다.
 또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의 애절한 눈빛, 자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야생동물의 치열한 몸짓 등 캐릭터들의 현실적인 표정은 이 영화를 제작한 오성윤 감독과 스테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닭들의 표정을 담기 위해 1년이 넘도록 양계장에서 살았고, 족제비가 사냥하는 모습을 포착하며 동물들의 표정을 앵글에 담았다고 한다.

 감동을 주는 법은 멀리 있지 않다. 공감을 할 수 있는 탄탄한 사연 이야기만 있으면 그만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 역시 훌쩍거리는 어머니와 아이들 사이에서 눈물을 훔쳤다. 통상적으로 지금까지의 국산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주는 단순한 이야기에 그쳤지만, 이 영화는 교훈을 넘어 애틋한 가족애까지 몸소 느끼게 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5천만 국민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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