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10 회계연도 결산안을 처음으로 법정기한 내에 처리하며 정갑윤 예산결산특별위원장(한나라당, 울산 중구)의 정치력이 회자되고 있다.
국회는 8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31일 예결위 결산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2010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오전에는 여야가 2012년부터 검찰 예산을 법무부 예산에서 분리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하며 결국 올해 역시도 법정기한 준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이 예산안의 지연처리 관행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여야 간사간 협의를 계속해서 중재한 끝에 해당 사안에 대해 2013년부터 노력한다는 중재안을 마련하며 여야 합의를 극적으로 이끌어냈고, 결국 2010년 예산 및 기금 결산안은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 151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2003년 정기국회가 열리기 이전에 결산안을 통과시키도록 한다는 내용의 2003년 국회법 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정 위원장의 주도하에 시한을 1시간여 앞두고 처리된 것이다.
본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은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2003년도 국회법에 조기결산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 한번도 그 날짜를 지켜본 적이 없는데, 18대 국회가 아름다운 새로운 전통을 세우게 됐다"며 정 위원장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010년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을 심사 의결해 주신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대승적인 양보와 헌신, 과감한 결단에 의해 생산적이고 원만하게 운영되는 모습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국가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주최한 '나라살림 대토론회'에서도 정 위원장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그날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불결된 것이 부각되며 결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켜낸 것이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없다"면서 "국회의 역사에 의미있는 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갑윤 위원장은 "민생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 정책은 결국 국민에게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정치소신을 갖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심의 과정에서 신경을 써 나갈 계획"이라며 "여야간 소통과 통 큰 타협을 통해 결산심사를 국회법이 정한 기간 내에 마무리 지은 데 이어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이진호기자 z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