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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계 이양오는 석계서원에서 후진 가르치기에 정성을 쏟았다. 사진은 석계서원의 모습. 울산신문 자료사진

조선 후기가 되면서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가렴주구, 양반층의 횡포 등으로 백성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져만 갔다.
 울산 고을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다른 고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생을 향리 울산에서 과거에 나아가지 않고 선비의 도리를 다하며 후학을 기르던 이양오(李養吾)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사회고발시에 비견되는 '감회(感懷)'란 제목의 시를 지었다. 정의가 무너진 부조리한 세상을 비판한 시라고 하여 세평시(世評詩)라고 한다.


 감회는 문집 '반계집(磻溪集)'에 실려 있다. 전체 20수 중에 문집에 실린 17수는 차례로 다음과 같은 소제목으로 돼 있다. 거짓된 학문의 배척(斥僞學). 문장 숭상의 말폐(尙文末弊). 조세 이외의 징수에 대한 탄식(歎租外徵). 환향의 폐단(還餉爲弊). 되와 말과 저울의 불일치(斗升權衡不一). 형법의 해이(刑法解弛). 전쟁 대비의 소홀(武備不修). '연기신편'의 불이행(不行演機新篇). 좌병영의 지세로 인한 폐단(左營地勢 營還爲弊). 뇌물 풍조의 성행(貪贓成風). 등짐장수 금지(負賈宜禁). 과거의 불공정(科擧不公). 초야에 버려진 인재(草野遺賢). 문체의 고문 숭상(文體尙古). 향교와 서원의 말폐(校院末弊). 소학과 대학의 도(小學大學之道). 스스로의 진술(自敍).


 그 중에 '조세 이외의 징수에 대한 탄식'의 한 구절을 보자. 백성에게 수많은 명목을 붙여 세금을 징수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의 세상에는 일정하게 내야 할 세목(稅目)이 있는데도/ 잡다한 세금은 또 절제(節制)가 없네./ 비록 십분의 일이 법제라고 말하지만/ 그 실제는 십분의 칠이 넘네./ 부유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좋아할지 모르지만/ 죽어가는 백성은 어떻게 살겠는가?"
 '환향의 폐단'의 한 구절을 보자. 환향, 즉 환곡은 굶주리는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 시행된 것인데도 탐관오리와 장사꾼들의 치부의 수단이 된 것을 꾸짖고 있다. "국가에 환향이 있음은/ 굶주리는 백성을 구하기 위함일세./ 풍년이면 거두어 들이고/ 흉년이면 흩어서 주네./ 점차 쇠락해져 오늘날에 이르렀는데/ 그 폐단은 날로 더욱 심해지네./ 도리어 권력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희롱하고/ 늘 장사꾼의 밑천이 되기 십상이네."


 이양오(李養吾)는 조선 영조 13년(1737년)에 태어나 순조 11년(1811년)에 죽었다. 울산의 토성(土姓) 학성이씨 시조 이예(李藝)의 13세손. 자는 용호(用浩). 호는 반계(磻溪). 울산에서는 우뚝한 사림으로 평생 과거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만 정진한 학자였다. 이예를 배향한 석계서원에서 후진을 가르치기에 정성을 쏟았다.
 제구운몽후(題九雲夢後)와 사씨남정기후(謝氏南征記後) 등의 평론과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를 썼다. 그 밖에도 배수집(排愁集)과 시학지남(詩學指南), 파수집(罷睡集) 등의 책을 지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세태를 고발한 세평시(世評詩)를 남겼다. 사회를 직시하는 투철한 세계관으로 다방면에 걸쳐 저술을 남겼으므로 울산읍지(蔚山邑誌)에서는 '강좌시객(江左詩客) 중에서 제일자야(第一者也)', 즉 제일인자라고 기록했다.


 한국문학비건립동호회가 평생을 올곧은 참선비로 살다간 이양오의 업적을 기려 지난 2003년 9월 20일에 울주군 웅촌면 석천리 석계서원 뒤편 솔숲에 '반계 이양오 선생 문학비'를 세웠다. 문학비가 세워진 곳은 그의 시(詩) '강촌만조가(江村晩釣歌)'의 조대(釣臺), 즉 낚시터가 있었던 곳이다. 문학비 앞면에는 '강촌만조가'가 새겨져 있고, 뒤면에는 이력과 남긴 작품명 등이 기록돼 있다.
 그의 시 '강촌만조가'는 다음과 같다. "차신(此身) 무용(無用)하야 세상(世上)이 버리시니/ 부귀(富貴)를 하직하고 빈천(貧賤)을 낙(樂)을 삼아/ 일간모옥(一間茅屋)을 산수간(山水間)에 지어두고/ 십년(十年) 일관(一冠)을 쓰거나 못 쓰거나/ 삼순구식(三旬九食)을 먹거나 못 먹거나/ 시름이 없으시니 분별(分別)인들 있을소냐/ 만사(萬事)를 다 잊으니 일신(一身)이 한가(閑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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