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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재개발이 한창인 중구의 한 동네를 찾아 한 동안 돌아다녔다. 차를 몰고, 또는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는 낯익은 길 가의 동네였지만 막상 두 발로 걷다보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70·8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형식의 집들과 낡은 간판. 이 곳에 새로운 것이라고는 '거주자우선주차제'를 위한 페인트 자국과 쓰레기종량제 봉투, 그리고 길 곳곳에 있는 뽑기 자판기 뿐 이었다.
 오래된 동네의 향을 듬뿍 풍겨 따뜻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결코 따뜻하지는 않았다. 거주자우선주차제 자리에는 '주차하면 차를 확 XX'라는 글이 먼저 눈에 띄었다. 또 상습쓰레기투기 지역에는 'CCTV가동, 걸리면 XX'라는 거침없는 글과 함께 여성의 속옷을 매달아 놓아 민망하게 했다.
 또 '뽑기자판기' 근처에는 알맹이만 가져가고 남겨놓은 포장만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 글귀들과 풍경을 보니 갑갑한 느낌마저 들었다.
 용혜원님의 '한 잔의 커피와 깊은 안락의자'라는 시가 있다. 
 글에는 '깊은 안락의자에 앉아 사색을 하거나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면 마음에 잔잔한 평안이 흐른다. 깊숙이 몸을 넣고 편하게 의자에 기대어 커피를 한 모금 한 모금씩 입술을 적시며 모든 분주함에서 떠나면 눈에 보이는 것도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즐거워진다. 우리들의 삶은 휴식을 즐기는 여유가 있을 때 내일의 삶을 더 멋지게 펼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글귀가 써있다.
 서민들의 생활이 각박해지고 정이 사라지고 있지만 이 시의 내용처럼 여유로움을 먼저 찾아 정이 있는 따뜻한 동네의 향을 풍기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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