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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쇄빙선 아라온호가 울산본항 7부두에 접안했다.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비라는 의미의 아라온호는 총톤수 7480, 길이 111m, 폭 19m의 최첨단 연구용 선박으로 승선인원은 승무원 25명과 연구원 60명이다.  쇄빙선(Icebreaker)은 쇄빙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남극대륙 주변이나 북극해 처럼 얼어있는 바다에서도 독자적인 항해가 가능한 선박을 말한다. 따라서 극지를 포함한 어느 곳에서라도 자력으로 항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선박이 항해할수 없는 결빙된 해역에서 항로를 개척해 줌으로써 화물선 선단을 이끌어 화물수송이 가능하도록 돕거나 운항하던 선박이 얼음에 갖힐 경우 이를 구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또한 쇄빙선과는 달리 독자적인 쇄빙능력은 보유하지 않더라도 선체의 외벽철판을 강화시켜 빙산과 유빙이 산재한 지역을 운항할 수 있는 내빙선(Icestrengthed vessel)도 있는데 이러한 내빙선은 제한된 기간과 해역에서 쇄빙선 대용으로 이용되거나 쇄빙선의 인도에 따라 극지역을 운항하기도 한다.

 

▲ 쇄빙선 아라온호가 울산항 7부두에 정박한 가운데 아라온호를 견학온 학생들이 선교에서 김현율 선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 1m두께 얼음 깨고 전진
"아라온호는 1m이상의 두께의 빙판이 쇄빙되지 않을 경우 최대 80번까지 전진 및 후진을 자연스럽게 하며 빙판을 밀고 가면서 깰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 선장을 맡은 김현율(53)씨. 그는 갑판 위에서 제대로 된 목표를 향해 배를 몰고 나가며 선박의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의 임무를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스개로 '비상식량으로 라면을 많이 싣고 갔다'는 그의 말에서 첫 쇄빙선 항해가 얼마나 어려웠을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남위 70도 선의 백야현상 속에서 '진짜 밤낮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쇄빙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밝힌 김 선장은 물러날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얼음판의 연속인 곳이 남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에는 얼음에 갇혀서 한겨울을 날 수도 있다며 얼음을 깨며 길을 뚫고 갈 때에 선장은 '깰 수 있다'와 '없다'를 즉각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가능할 것 같으면 즉시 전진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김 선장은 "아무리 쇄빙선이라도 콘크리트와 같은 단단한 얼음과 부딪치면 손상이 된다"고 밝혔다.
 김현율 선장은 쇄빙선을 운항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불린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조난 어선을 구조한 것을 손꼽았다.
 그는 성탄절에 남극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에 대한 구조 작업에 착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스파르타호는 사고 후 해류를 타고 사고지점에서 서쪽으로 약 60km 이동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 쇄빙선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이 아라온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아라온호는 26일까지 선박 수리를 지원했고, 27일에는 스파르타호를 얼음이 없는 구역(IFZ·Ice Free Zone)까지 쇄빙 인도했다고 설명했다.
 김 선장은 "그 때 아라온호는 스파르타호 도착 즉시 고무보트에 기관장과 선원 2명을 태워 보내 러시아 어선을 어떻게 수리할 것인지를 협의하고 성탄절날 러시아 스파르타호의 32명의 승선한 사람들을 구조한 것이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남극과 북극에서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남극에서는 빙산을 깨고 지나가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고, 북극에서는 북극곰들 때문에 위험이 뒤따르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 첨단 장비탑재해 연구 병행
김 선장은 "쇄빙선은 독자적인 운항 뿐 아니라 다른 선박을 위해 항로를 개척하는 임부를 수행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 비해 쇄빙하는 부분인 선수부 또는 선미부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쇄빙선은 무엇보다 얼음을 깨고 전진해야 하므로 일반선박에 비해 구조적으로 튼튼 하며 엔진출력이 대단히 크고 얼음을 쉽게 깰수 있도록 선형의 돌출부가 없는 경사진 선수형상을 하고 있으며, 얼음에 부딪쳐도 안전하도록 선체의 외벽이 매우 두꺼운 철판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환경보호와 안정성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의무적으로 이중선채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쇄빙선은 빙판위에 올라가 그 중량을 이용하여 빙판을 깨뜨리므로 무게중심을 쉽게 옮기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빙판위에 선체가 완전히 올라갈 경우 빙판에 갇힐 우려가 있으므로 선박이 빙판위로 완전히 올라설 수 없도록 하는 아이스 나이프가 설치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서진 얼음조각들이 선체에 부딛혀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선체 옆에서 물이나 공기를 뿜는 분사장치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 극지방 탐험과 함께 탄생
초기 쇄빙선은 북극탐험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 하지만 초기 북극탐험시기의 쇄빙선은 얼음을 깨고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빙산 및 유빙의 충격으로부터 배를 보호할 수 있는 내빙선 수준이었다. 19세기 초, 중반 북극 항해를 위해 사용된 쇄빙선이 동일했으나 유빙과 마찰이 심한 외판을 두겹으로 제작한 다음 철판을 둘러 강도를 높이거나, 선수, 선미 및 용골을 철판으로 제작하여 얼음이 부딧칠때 생기는 충격과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증기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쇄빙선은 1864년 제작된 파일럿(Pilot)으로 북극탐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나라 및 러시아에서는 발틱해 및 북극해를 따라 형성된 북극항로를 통해 물자를 수송하고 자원을 개발하는데 쇄빙선을 이용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여러나라에서 본격적인 쇄빙선을 제작하였으며, 1959년에는 러시아에서 제작한 최초의 원자력 쇄빙선(레닌호)이 취항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자수송 및 자원개발을 위해 다수의 쇄빙선을 운용하고 있으며 그 중 네척은 원자력 추진기관이 설치된 것이다.

 핀란드의 쇄빙선 건조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최근 핀란드에서 건조된 쇄빙선은 조정성능이 우수한 추진기를 장착하여 180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며 모든 방향으로의 쇄빙이 가능하도록 선수부 뿐만 아니라 선측, 선미부도 충분히 보강하였다. 미국의 경우 2차대전중 처음으로 건조된 4척의 쇄빙선을 시작으로 현 운용을 하고 있다.
 특히 1970년대부터는 세계최고 수준의 쇄빙능력을 갖춘 Polar class의 쇄빙선(Polar Star, Polar Sea)를 건조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Polar class 쇄빙선들은 비원자력 추진선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출력을 가진 쇄빙선으로 북극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 아라온호 전경.

#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 대부분 보유
"실제 남극 대륙 자체가 강대국들의 각축장입니다. 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국익과시의 현장인 셈이죠. 저희가 비록 후발주자지만 아라온호의 성능은 독보적입니다. 선장으로서 그에 부응하고자 합니다"
 김현율 선장은 "근간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쇄빙선은 40여 척 정도이나 대부분이 북극 항로 개척과 북극해 자원개발, 해양 환경연구, 석유개발을 위한 작업용 쇄빙선이며, 10척 정도만 남극용 쇄빙선으로 운항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쇄빙선을 건조하기 시작해 현재에는 남극에 상설기지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의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김 선장은 "남극기지 보유국의 쇄빙선들은 얼음을 쇄빙하여 자국기지에 물품을 보급하는 기능뿐 아니라 남극해역에서의 연구활동도 수행하는 다목적 기능의 쇄빙연구선들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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