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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단에 남아 있는 비린 살내를 털며
저물 녘 산문쪽으로 휘적휘적 가는 사내
내딛는 발자국마다 노을이 묻어 있다
 
난분분한 기억들을 잘라내는 톱질소리
한 잎 남은 들창마저 뜯어내고 말았지만
바람은 불쑥 찾아와 둥둥둥, 북을 친다
 
기도로도 녹지 않는 얼어붙은 삶이지만
목끝까지 차오르는 시간의 소금기여
그대의 손을 얹어다오 생목으로 견디리라

*토르소: 머리와 팔다리가 없이 몸통만으로 된 조각상

■질기기로 소문난 것이 고래 심줄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사람의 목숨 줄에다 견줄 수야 있으랴.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천륜이다. 사지가 없는 저 몸뚱이를 보라.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고귀한 생을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박영식 울산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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