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남자의 종말>은 4만 년 동안이나 세상을 지배한 남자를 밀어내고 40년 전부터 여자들이 남자를 밀어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4만 년간 지속되던 가부장제가 성(性)의 권력교체가 일어나 가모장제(家母長制)로 바뀌고 있다는 것.


 로진은 이런 내용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명쾌한 문체로 풀어냈다. 그는 과거 여자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이유가 몸집과 체력 때문이었다 말하며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한다. "후기 산업사회는 완력에 무관심하다. 서비스 및 정보가 중심인 경제체제는 이와 반대되는 능력, 즉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능력에 보상을 준다. 사회 지능, 열린 의사소통, 침착히 앉아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등은 남자의 주된 능력이 아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여자들이 더 잘 발휘한다" -14쪽


 저자는 여성의 성 혁명을 탐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으로 결혼 생활의 기울기가 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논한다.  가령 아내가 경제활동을 통해 부양을 하고 남편이 가사관리 등의 역할을 하는 등의 결혼사례가 그것이다. 책은 이런 질서의 이동을 남자들은 인식하려 들지 않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바로 가모장제(家母長制)라 주장한다. 여성들은 점점 새로운 역할을 열정적으로 떠맡는 반면, 남성들은 새 역할을 맡으면서 주저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 8장은 특히 한국 현지 취재 내용으로만 묶었다. '된장녀'와 '고추장남', '알파걸', '킹콩걸' 얘기를 하며 한국의 골드미스 열풍 등을 살피는 저자의 서술은 각별한 관심을 끈다. 최근 교육·외교·법조 분야 진출 여성들의 비중이 현저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남녀관계의 전통적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있다. 저자는 "현재 한국은 경제·문화적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정부가 구축한 시험에 기초한 현대적인 능력주의와 케케묵은 가부장제, 이 두 체계가 교전에 들어갔다. 전쟁의 중심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하지만 여전히 얌전한 여자이자 전통적 아내로 있어야 한다는 사회의 양면적 메시지 사이에 낀 한국 여성이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이 이런 충돌이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전쟁이 세계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로진은 한국이 그 최전선에 있다고 본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한국의 아내들에게 지워진 가사 부담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직장 일까지 해야 하는 한국의 워킹맘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남성의 몰락과 쇠퇴의 현상을 다각도로 진단한 이 책은 변화해가는 한국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진정한 성의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