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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대부분 좋고 싫음에 대한 의사표현이 분명한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것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은 누가 뭐래도 듣지 않으려고 한다. 신세대답게 자기주장이 확실하다는 면에선 우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막상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 또한 적지 않다. 겉보기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 아이에게 대학에 가면 어떤 전공을 택할 것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네가 커서 하고 싶은 일은 뭔데?"
 "직업을 갖는다면 어떤 분야를 택할 것인지 생각해본 적 없어?"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해보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기도 한다. 평소 이런 문제로 고민해본 적이 없으니 대답하기가 난감한 것이다. 학원이다 과외수업이다 해서 하루 24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공부에 목을 매면서도 자신이 그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부모가 시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공부, 남들 다하니까 그저 따라만 가는 공부라서 그런 건 아닐까?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고 장래 희망이 무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우선 나중에 커서 뭘해서 먹고 살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사람은 경제적 동물이다. 성인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마련해서 써야 한다. 그러자면 돈을 벌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 나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장래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고, 어떤 집에서 살 것이며, 어떤 차를 탈 것인지를 꿈꾸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경제활동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는 장래의 모습을 실현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부자라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부모 덕에 평생 아무 일도 안하고도 해보고 싶은 일 다해가며 살아가는 행운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이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남에 대해서 이런 저런 평판을 내리긴 쉽다. 그런데 정작 자기자신에 대해선 어떨까?
 "누구누구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그럼 본인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나는 무얼 제일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으며 장단점은 무엇인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가장 자신 없어 하는 일은 무엇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건 원만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사람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자기주장을 굽히려들지 않는다.
 자기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의견충돌이 일어났을 때 무턱대고 고집을 부리진 않는다. 설령 상대방이 억지를 부려도 큰소리를 내기 전에 한번쯤 자신의 태도를 되짚어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다. 무조건 자기주장만이 옳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성격은 고칠 수 없다고 하지만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의 장점은 아무리 화가 나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것만큼 중요한 덕목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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