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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중앙동은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동네다. 함월산 자락의 예스러운 동네인 중구는 수백년전부터 울산을 호령했던 오랜 역사 때문인지 낡고 남루하단 느낌보단 따스하고 정감있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면서도 그 사이사이엔 개성있는 문화공간과 가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수년간 이곳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붐이 일면서 이곳에서 문화와 예술을 키워갈 새 둥지를 튼 이들의 공간이다. 청춘들이 합심해 문화산업을 일구고 있는 작업실이 있는가 하면 중년 화가가 오랜 꿈을 이룬 갤러리도 있다. 백발이 희끗한 화가가 중고생 시절 드나들었던 화실을 기억하며 새로운 화실을 일궈가는 아스라한 추억이 군데군데 묻은 곳도 이 곳이다. 공사로 먼지가 폴폴 나는 길을 누비며 찾아낸 문화공간과 즐길만한 이색까페, 먹거리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한 곳 두 곳 기웃거리다보면 어느 새 한나절은 훌쩍이다.

 

 

 

   
 

 

 

 

#  자연스럽게 형성된 예술인촌
문화의 거리에는 현재 심수구, 조종숙, 오나경 작가를 비롯해 인근에 이동재, 김호태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이 중 가장 먼저 이곳에 작업실을 연 심수구(62)작가와 조정숙(45) 작가.
 이들은 처음 거리 조성붐이 일었던 5년 전, 주변의 권유로 이곳에 처음 작업실을 열었다. 그에게 문화의 거리는 아련한 옛 기억이 스며든 곳이자 새 희망을 꿈꾸는 공간이다. 그가 중고생시절 스승이었던 故최 희 선생에게서 그림을 배운 화실이 있었던 곳도, 현재 20여명의 작가, 학생들을 길러내는 곳 역시 이곳이기 때문.
 오래전 기억 하나 끄집어 달란 얘기에 그는 갤러리가 없었던 1960년대 이수원, 차일환 선생부터 당시 젊었던 미술인들이 가로수 다방이나 명 다방에서 전시회를 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그리는 문화의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심 화백은 "문화의 거리 일대의 작가들이 작업실과 작품을 시민들에게 내보이는 오픈 스튜디오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 공연들이 있는 곳"이라 했다. 또 "지금처럼 빠른 변화와 결과만 원할 것이 아니라 10년을 내다보면서 차츰 차츰 자연적으로 문화의 거리 모습을 갖춰나가 자연스런 멋이 묻어나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종숙 작가는 "앞으로도 거리조성을 위한 지원과 분위기가 이어져 실제 많은 시민들이 문화의 향기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탰다.
 
# 젊은 청춘, 소중한 꿈 키워가는 곳
문화의 거리에는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젊은 청춘들이 꿈이 있다. 커피숍의 문을 연지 이제 2주 정도 된 이십대 남녀 사장이 있는 '안나커피', 역시 이십대 후반 두 청춘이 모여 사업을 꾸린 '손글씨닷컴'의 정민지 대표 등이 그렇다.
 그런가하면 화가로 오랜 작업을 해오다 오랜 꿈이었던 갤러리를 연 배영숙 작가의 '로코코 갤러리'가 있는 곳도 문화의 거리다.
 몸이 안 좋아 잠시 쉬었던 구 취산방화랑의 강정길 대표가 다시 몸을 추스리고 도약을 위해 한층 분주해진 'WW(투더블유)갤러리', 문화의 거리 내에 인문학 센터 조성이 꿈인 윤태희 대표의 '갤러리 아리오소'도 이곳에 있다. 이들 3곳 전문 갤러리는 매달 다양한 기획전과 작은 음악회 등을 준비하니 미리 문의를 통해 알아본 뒤 찾아보자. 문의 로코코 갤러리 267-7510, 아리오소 233-5636, 투더블유 211-4339
 
# 다양한 연극·공연도
전시 외에도 문화의 거리에선 연극, 다양한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다.
 특히 소극장 3곳이 나란히 있는 곳 역시 울산에선 문화의 거리 뿐이다. 특히 최근 26년 역사를 가진 극단 '푸른가시'가 문을 열면서 토마토 소극장, 소극장 품, 소극장 푸른가시가 모두 문화의 거리 내에 있게 됐다.
 토마토 소극장은 청소년 교육극 및 어린이 전용 작품을 많이 올리며 소극장 품은 대안문화 작품이 주로 무대에 오른다. 소극장과 함께 마련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페다고지도 특징이다.
 소극장 푸른가시는 금, 토, 일에는 극단 자체 내 공연을 다른 날에는 울산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토요일 밤(오후 7시30분~8시 개최)마다 문화살롱으로 변신하는 갤러리아는 식사와 문화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공연이 끝나면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도 있다. 문의 토마토 소극장 248-1425, 소극장 푸른가시 271-0557, 소극장 품 244-9654, 갤러리아 258-7738

[문화의 거리 추천 맛집 3곳]
★기와집
30년의 역사를 지닌 냉면집으로, 이 곳 일대의 터줏대감이다. 냉면맛 만큼 특유의 한옥구조의 인테리어도 따스하고 정감있는 곳이다. 오랜 방식대로 직접 뽑는 육수덕에 옛날 냉면 맛을 아직도 갖고 있다. 된장찌개 정식, 빈대떡 등도 냉면과 함께 많이 사랑받는 메뉴. 문의
 
★더 사로진 울산
이미 단골이 꽤 될정도로 입소문을 탄 곳이다. 처음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다 최근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팟타이, 푸 팟 퐁 커리, 얌운센 탈레 등 선호메뉴 위주로 개편했다. 현지식에 가까운 메뉴도 있지만 이처럼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고려해 큰 부담없이 시식할 수 있다. 문의 248-4760
 
★리짱카레
가정식 일본 카레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 한명이 울산에 머무는 동안 이 집만 갔다는 주인장의 자랑 아닌 자랑이 절대 허풍이 아닌 곳. 고객카드가 벽에 한가득 붙어있는걸 보면 일본 관광객들의 입맛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입맛도 잡은 듯 하다. 일본 카레장인에게 직접 배운 기술에 주인장 부부가 다년여 시간을 들여 개발한 비법소스, 손수 감자를 으깨 만드는 고로케가 특징. 문의 211-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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