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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요리 전문점 오타코.
#방어진항 '외국인 거리'
13일 오전에 찾아간 방어진항은 여느때와 같이 바다내음이 가득했다.
 다만, 눈에 띄는건 약간은 어색해 보이는 영어로 표기된 간판들이었다. 대부분 술집(Western Bar)이었는데, 그 중에는 전통요리를 판매하는 음식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외국인거리처럼 휘황찬란하지는 않았다. 무심코 지나치면 보통의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도 이들을 몰라봤나 보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외국인을 위한 음식점을 눈에 불을 켜고 찾다보니 겨우 눈에 들어왔다.
 이 같은 깨달음을 얻기 전 외국인 거리를 찾아다닌다고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다.
 방어동 현대비치아파트 근처에 밀집돼 있다는 얘기만 듣고 일산해수욕장 사거리에서 출발해 현대비치아파트까지 잘 도착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도무지 차를 타고 몇 번이나 동네를 돌아도 외국 전통요리 전문점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방어동 현대비치A 일대 외국인 거리
곳곳에 웨스턴 바·레스토랑 등 자리
보통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영업
요리·분위기에 이국 온듯한 느낌 물씬


 현대비치아파트 101동과 방어진항 사이의 도로를 쭈욱 타고 내려가다보니 곳곳에 외국인 술집이 보인다. 이곳이구나 싶어서 신나게 달렸는데, 또 안보인다. 좀 보인다 싶으면 한국음식점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외국인 술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골목쪽으로 들어가면 더 보이려나 싶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뭔가 느낌이 온다. 여기에 멕시코 음식 전문점 오타코(O'TACO)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가게 문은 열지 않았지만, 보물이라도 찾은 양 기뻤다. 바깥에서나마 가게 내부를 보고, 유리창에 붙은 메뉴를 보여 요리 맛을 상상했다. 다음에 좋은사람과 함께 꼭 맛보러 오리라.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고 하니 퇴근 후 저녁시간에 들르면 딱이겠다. 주문은 9시 30분까지만 받아 시간 맞춰서 오는 센스도 필요하다.
 오타코를 중심으로 그 라인에는 외국인을 위한 음식점(술집 포함)이 늘어서있다. 대부분 술집이기는 하나, 낮에는 요리도 함께 파는 곳 Su's  PLACE도 있었다. 음식점의 경우에는 상당수가 점심시간에 맞춰 오전 11시30분부터 요리를 준비했다.
 이 거리는 방어진항 특유의 짭조름한 냄새와 향신료 향이 섞여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음식과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수스 플레이스.

#멕시코음식 전문점 '오타코'
가장 가고싶었던 곳은 터키인이 운영한다는 전통터키음식레스토랑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였다. 대낮부터 술집을 갈 순 없을뿐더러, 한 번도 터키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더니, 원해도 원해도 이 부근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더욱이 찾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정확한 식당 명칭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해 낸건 인터넷 검색. 진작에 검색하고, 내비게이션으로 찾아봤으면 쉬웠을 것을 무작정 뛰어들었더니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길을 찾는 경우라면 맨땅에 헤딩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몇 바퀴를 돌며 동네를 헤맸더니 어느새 길을 익혀가고 있었다.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터키 정통레스토랑 화이트하우스.

#터키인이 운영하는 '화이트하우스'

오타코가 있던 작은 골목에서 다시 큰 길로 나와 화암초등학교 앞 사거리로 빠져나가면 화이트하우스가 보인다. 빨간색 배경에 WHITE HOUSE와 Traditional Turkish Restaurant가 적혀있어 누가봐도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화암초등학교 사거리 농협과 새마을금고 사이에 있어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작은 골목에 있다고만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다.
 오늘은 이 곳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터키인 매니저가 문 앞에 서서 반갑게 맞아줬다.
 "안녕하세요"하고 밝게 인사했더니 유창한 한국어를 자랑하며 함께 밝게 웃어줬다. 이목구비가 뚜렸한 터키인이 한국어로 메뉴 소개를 하고 주문을 받으니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맥주 전문점 얼리도어스.

 터키요리의 상징인 양고기 케밥과 터키식 피자, 터키식 요거트 한 잔을 주문했다.
 양고기 케밥은 길거리나 축제에서 먹을 수 있는 케밥과는 달랐다. 전병에 싸서 먹는 케밥이 아니라 긴 막대모양의 양고기와 양파, 야채, 쌀밥과 함께 먹는 요리였다. 터키식 피자 역시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피자 맛과는 다르게 향신료 향이 강하게 났다. 그렇다고 먹기 거북할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즐길 수 있는 향이었다.
 이 곳은 방어진항 외국인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외국인 대중음식점이다. 2년 전부터 터키인 하산바키 씨가 운영하고 있는데, 매일 점심시간마다 외국인 30여명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날도 역시 12시가 조금 지나자 외국인 무리 여럿이 가게를 찾아 식사를 했다. 20명 중 한국인은 4명. 왠지 터키에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대표 하산바키 씨는 터키에 가 있어서 만날 수 없었으나 이사를 맡고 있는 한국인 안술상 씨가 대신해 가게를 소개해줬다. 주방에는 터키인 4명이 요리에 몰두하고 있었고, 카운터에는 한국인 종업원도 보였다. 덕분에 한국인이라도 편히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어진항 글로벌 건축문화거리 조성 추진
자연스럽게 조성된 방어진항 일대의 외국인 거리는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거리로 변모하게 된다. 동구청이 '방어진 글로벌건축문화거리 조성사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최종보고회를 마친 이 사업은 문화구역, 어항구역, 관광구역 등 3가지 테마로 나뉘어 조성되며 방어진 어항의 해안정비, 세광중공업 이전에 따른 부지활용, 낙후된 수산물 시장의 환경개선, 수산물 생산위주에서 수변문화가 조화를 이룬 진화된 수변조성을 위해 추진됐다.
 

   
화이트하우스에서 한가로이 식사를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

 방어진항에 도착하면 해안가를 따라 반원형을 그리며 피셔리나 부두, 다문화광장, 회센터, 페데스트리안 데크, 외국인어선원 숙소, 위판장, 수산물 가공공장, 건어장, 먹거리 거리, 호텔 및 상업 복합시설, 남방파제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페데스트리안 데크(Pedestrian Deck)는 보행자 전용로로 1층에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비워두고 2층에 5명 정도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데크를 설치하는 방식의 이색 시설물이다.
 세광중공업 1공장 부지에는 해양복합문화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방어진항의 어항구역과 관광구역을 잇는 방어진항 내진길은 방어진의 거리환경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융합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동구청 관계자는 "방어진항 글로벌 건축문화거리 조성사업이 추진되면 방어진항이 어항 기능에다 문화관광기능을 겸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울산 동구의 또다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 방어진항 일대 외국인 레스토랑

☞ 터키정통 레스토랑 화이트하우스 - 울산 동구 방어동 1156-2
☞ 인도요리 전문점 샬리마레스토랑 - 울산 동구 방어동 1022-10
☞ 멕시코요리 전문점 오타코 - 울산 동구 방어동 1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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