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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울산시청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 수리모형실험 연구용역의 중간보고회가 개최되었다. 여기서 암각화의 훼손을 방지하려면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 앞쪽에 생태제방을 쌓는 것을 제안했다. 울산시가 한 때 제시했던 터널형 물길 변경안은 수치모의실험은 했으나 수리모형실험은 하지 않은 상태라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는 실험에 문화재적 측면과 주변 경관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암각화 보존해법으로 보도된 수리모형실험과 수치모의실험에 대해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흔히 공표되는 여론조사와 비교해본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불과 1,000명 안팎의 표본을 조사해 4,000만 유권자의 후보자 선호와 투표 태도를 조사한 결과와 실제 여론을 짐작하는 것은 반드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동일한 시점에 한 조사마저도 여론 차이가 들쭉날쭉 했고 우세 후보가 다를 때도 있었다. 유력 후보의 여론치가 오차범위 이내로 아주 좁아졌거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는 야권 후보가 여당 후보를 추월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두 진영이 여론조사 문구와 방법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다가 결국에는 합의가 깨지기도 했다.

 출구조사 결과도 방송3사와 YTN 결과가 당선인을 다르게 발표했다.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방송3사 발표치보다 크게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여론조사는 표본의 선택 방법에 따라 당연히 생기는 표본오차 외에도 조사문항의 선택, 조사원의 숙련도, 조사 기록, 조사기관의 자세 등의 오차도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결과도 가져온다.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 문제까지도 대두된다. 한 통계학자는 돈도 들이지 않고 발표된 여러 여론기관의 결과치만 가지고 정확하게 여론 추이를 예측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암각화 수리모형실험은 여론조사의 의미와 기법이 매우 흡사하다. 실제 암각화 주변을 50분의 1로 축소하여 물 흐름의 영향을 예측하였다. 그런데 복잡한 수리 현상을 간단한 모형을 통한 수치로 표현하기에는 실제와 이론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 때 역시 지형지세의 축소 방법과 실험 목적을 구현하는 조사 방법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용역을 맡겼거나 실험한 기관의 자세와 문제해결 의식이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각화 보존방법의 공학적 해법으로 적당한 이론식 또는 실험식에 의하여 그 현상을 예측할 수도 있다. 컴퓨터의 출현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수치(數値)모의실험(해석)이 가능해졌다. 다음에 행하는 것이 수리(水理)모형실험이다. 유사물을 모형(模型)이라 하고 원(原) 상태를 실물(實物)이라 한다. 모형에서 생기는 현상은 간단히 측정하거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모형실험 결과로 실물에서 생기는 현상을 추측함에 있어서는 여론조사의 경우에서처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실험결과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수리모형실험으로 암각화 보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문화재와 경관 측면에서 이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수치실험과 일부 모형실험에서 종전에 울산시가 선호했던 터널형 물길변경안이 형질변경이 크게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음은 나름대로 객관적 입장에서 연구했음을 증빙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계 측에서 요구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에 물수량 확보문제와는 별도로 암각화 전면의 유속이 크게 증가해 암면 세굴이나 훼손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의 중간발표회에서 제시된 생태제방을 쌓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선입관을 가지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3월말에 있다는 최종 용역결과 발표를 두고 또 서로의 주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해결방안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계속 논쟁이 계속되어 암각화 훼손을 가속화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논쟁을 계속 하더라도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암각화 앞에 임시 제방이라도 빨리 쌓고 훼손을 일단 막고 다투길 마지막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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