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이 저물 무렵 수많은 불꽃이 피어나고 있다
여느 때 보다 분주한 광안해변 모래사장
스스로 질서유지하고 꿈을 실었다
낯설게만 느꼈던 바다 안고 빛을 전하고 있다
멀리서 세상을 바꾸는 축포소리가 들렸던 년말
망년회 취해 앉았던 뱃머리에서
소풍처럼 바다를 향해 와인을 뿌린다
불꽃이 피어날 때마다 모두 기립박수를 보내며
가슴속엔 전율이 흘러 에덴에 쏟아지는 꽃비
꽃비에 젖은 바닷가에 천사들이 보인다
경기불황의 늪에서 오그라들었던 가슴 빗기며
낡은 배를 가라앉히고 하늘로 퍼지는 폭죽소리다
새로운 경작을 위해 땀으로 적금도 붓고 
보다 푸르고 보다 강한 힘으로
사나운 파도 헤치며 거대한 바다로 출항하리라

■ 시작노트
남부지방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나는 추위 속에서 행하는 모든 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불꽃축제도 매스컴을 통해서 구경 했는데 어느 해인가 암으로 저물어가는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광안리 불꽃축제에 갔었다. 마음은 친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밤바다의 한기를 알기에 중무장을 하고 가면서도 추위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지만 막상 불꽃이 퍼지는 것을 보니 나를 위해 잘 왔다싶었다. 불꽃축제를 보고 싶다던 친구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갔지만 우리에게 꽃비가 내리던 추억은 푸른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약력 동명대학교 방송영상학 박사수료. 부산시인협회 이사. 시집<패랭이꽃> 출간. ksw0500@hanmail.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