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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CF대사가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사랑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아니, 어쩌면 그 대사처럼 사랑이 변한다기 보단 오랜 만남으로 인해 설렘이 식고, 몸이 식고, 열정이 식고, 그리움이 식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때문일까.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그려내고, 그 과정 속 단골소재가 바로 연인의 변심, 혹은 불륜이다.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 역시 결혼 5년차 주부가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좋은 남편이 있음에도 새로운 사랑을 따라나선 내용을 그리고 있다.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이 삼각관계는 보통 뻔한 내용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두근거림이 사라진 남편을 떠나 불안한 떨림을 주는 남자를 쫓아간 여자의 다음 날은 어떨까?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될 순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랑의 유효기간을 다시 경험하는 마고(미쉘 윌리엄스)를 통해 영화는 사랑보단 오히려 그 주체인 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한줄기 쏟아지는 햇살에 그저 아무이유없이 눈물이 나고, 비행기 환승이 두렵다고 말하는 마고는 예민한 여자다. 그럼에도 미쉘 윌리엄스가 그려낸 마고는 더할수 없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그녀는 자상한 남편 루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대니얼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자신을 다잡던 마고는 결국 대니얼에게로 달려간다. 루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고와 대니얼은 행복했을까. 아쉽게도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비추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사랑 역시 점차 그저 그런 모습으로 퇴색해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된다. 무미건조한 마고의 모습으로 시작했던 영화 인트로가 루가 아닌 대니얼과의 생활이었음을. 수영장 샤워장에서 만난 한 중년 여인이 그녀에게 건넨 "새로운 것도 낡게 마련이야(New things get old)"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한다.

 어쩌면 이게 사랑은 아닐까. 사랑이 한창일 땐 한없이 불타오르다가도 그 시기가 지나면 빛을 바래는 것. 화려하게 돌아가던 놀이기구가 멈춘 뒤 한낱 그지 없이 조악한 철제기구에서 내려오던 마고와 대니얼의 표정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고. 놀이기구가 도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는 이것이 비단 사랑 뿐 아니라 인생 역시 그렇다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영화는 시간이 흘러 지금의 사랑이 무덤덤해지더라도 그 사람을 선택하고 그로 인한 파장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 즉 자신의 인생을 향한 헌신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닐까. 영화의 원제 'Take This Waltz'가 번역된 제목보다 와닿는 이유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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