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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다
순흥 읍내리 할머니표 묵밥
물묵에 밥 말아 꿀꺽 삼키면
입술이 순해진다
메밀에서 묵 되기 과정을 안다면
일등급 묵채, 할머니 손맛을 안다면
묵밥 먹은 후
몸은 저절로 順, 순해진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무른 몸을 슬쩍 내밀면
몸은 순하게 슬쩍 받는다
순흥에서 울산, 238km
무른 묵밥, 무른 사람들
내 몸 안 순하게 눕는다

■ 시작노트
부모님이 계시지 않지만 형제나 친구 만나러 고향 갈 때면 부석사를 꼭 경유한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해질 무렵 풍경을 바라보면 마음이 저절로 녹아버린다. 부석사는 사계절 아름답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었다. 부석사를 품고 차로 15분 내려오면 순흥 읍내리에 유명한 묵밥집이 있다. 겨울에는 따뜻한 묵밥, 여름에는 시원한 묵밥 한 그릇 먹으면 어느새 내 몸은 저절로 물러진다. 고향사람 만나 고향음식 먹고 풍경을 마셨으니 당연히 몸이 순해질 수밖에. ※약력 - 2006년『문학저널』등단. 울산문협회원. 시작나무, 시와사람들 동인. qurtksdkvkxm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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