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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도 눈이 내릴 정도로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나 싶었는데 6월이 시작된 지금은 봄이 아닌 벌써 여름이 다가온 듯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오던 황사도 이번 봄에는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아 무슨 일인지 도리어 불안할 정도다. 해마다 봄이 오면 마치 봄의 전령사처럼 중국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노인, 어린이, 기관지 환자 뿐 만아니라 많은 이들이 반기지 않는 것이 봄 황사다.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황사가 주변국인 우리나라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걸 보면 비단 우리만 환경문제에 대해 잘 대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주변 나라까지 피해를 입히는 황사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해 급속하게 늘어나는 사막화 현상 때문이다. 사막화는 반 건조지역이 더욱 건조해지면서 토지가 황폐화되는 현상으로, 과도한 경작이나 관개, 벌채, 기후변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세계적으로 사막화된 땅의 면적은 약 52억ha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0%에 달하며 남한 땅의 1.2배 정도 되는 땅이 매년 말라죽고 있다.

 우리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발원지는 중국과 몽골에 걸친 고비사막과 그 주변 반 건조지역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황화 중상류부근에서 발생한 황사만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지만 2000년 이후로는 그것보다 훨씬 동쪽에서부터 시작된 황사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황사 발원지의 면적은 사막과 황토고원에 인근 모래땅까지 합하면 한반도 면적의 약 4배가 된다. 이와 같은 급속한 사막화의 진행 속도로 인해 중국 뿐 아니라 주변국들에 심각한 환경적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막화를 막는 것에는 생태복원과 사막화 예방의 두 가지 길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만이 힘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협력과 더불어 민간차원에서 중국 NGO와 현지 주민들이 협력하여 사막화의 확산을 저지하고 내몽고에 얼마 남지 않은 초원을 보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업 중 하나는 초원의 식생을 원래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강알칼리를 띠는 사막화지역인 길림성 서북부에 감모초를 이용하여 토지의 알칼리성을 감소시킨 다음 자생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생장기간이 더 긴 식물들로 초원을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생명공학을 이용하여 사막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식물이 물을 공급 받지 못하고 건조해지면 앱시스산이란 호르몬이 작용하여 수분이 없는 환경에서 최대한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작을 발동한다. 이러한 식물의 건조 내성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생명공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앱시스산을 더 많이 생산하는 식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생명공학자들이 사막과 같은 극지방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체를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연구 단계에 있는 실정이지만 계속해서 많은 응용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그리고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된 지역에서도 자라날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막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에서 더 나아가 많은 연구와 개발을 통해 감자와 벼와 같은 작물까지 사막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한다면 사막화 걱정은 물론 식량 걱정까지 덜 수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달이야 말로 고비 사막이 푸른 초원으로 변화고 황사 없는 봄을 맞게 해줄 미래 기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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