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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4일이 무슨 날인지 물으면 열에 열이'밸런타인데이'라 답한다. 밸런타인데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聖人) 발렌티누스의 축일이다. 사제 발렌티누스는 전쟁으로 떠나는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황제에 반대하다 처형을 당했다.
 그 뜻 깊은 날이 한국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었다가, 이젠 유래도 의미도 모른 채 초콜릿을 주고받는 날로 변해버렸다.


 2월14일에는 밸런타인데이의 귀중한 의미를 닮은 또 다른 날이 있다. 다름 아닌'고래의 날'이다. 이날은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 고래잡이를 금지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된 날이다.
 2월14일이 고래의 날이라고 하면 누구나 그런 날도 있냐며 반문한다. 2월14일이 달콤한 초콜릿 향기에 묻혀버렸지만 그 날은 울산이 사랑하는 포유동물인 고래의 날이다.
 고래의 날은 남획으로 멸종되어가는 고래를 보호하기 내린 포경금지를 축하하며 고래에 대해 생각하는 날로 제정됐다. 안타까운 것은 고래의 날은 만들어졌지만 우리는 고래잡이에 대한 아쉬움이 더 많아 이 날을 유명무실한 날로 만들어 버렸다.
 하여 차제에 고래관광도시란 슬로건을 내건 울산이 2월14일 고래의 날을 울산만의 축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래관광도시 울산'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2005년 울산에서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가 개최된 이후 고래에 대한 울산시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 고래라면 고래 고기라는 울산 특유의 먹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던 행정이 고래를 친환경적이며 생태적인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울산시는 곧 전문기관에 고래테마관광산업 마스터플랜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고 2009년부터 향후 10년간 울산을 고래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2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대한민국 고래의 본향인 남구는 이미 '장생포 고래특구'에 대한 용역조사를 마쳤고 주민들과 의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 3월 정부에 특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고래축제, 고래박물관에 이어 남구의'장생포 고래특구'는 울산과 남구를 고래도시로 변모시킬 중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동구는 '울산바다 고래 체험장'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방어진 대왕암공원 앞 공유수면 7만㎡에 돌고래를 이용한 친환경 체험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한 북구는 강동 산하지구에 고래를 볼 수 있는 대형 수족관을 건설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특히 울산시 수산과가 어업 지도선인 울산201호를 통해 지속적으로 울산연안의 고래탐사를 펼치고 있는 것도 미래의 주요한 고래관광산업의 자산이 될 것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울산시는 고래탐사를 통해 밍크고래와 참돌고래를 11차례나 발견했다.  
 행정이 계획한 대로 친환경적인 고래 관광사업이 진행되면 울산은 10년 내에 세계적인 고래 관광도시로 새롭게 자리매김 될 것이다.'태화강의 신화'에 이어지는 '고래신화'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2월14일 고래의 날이 고래신화를 창출하는 인프라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울산시 고래테마관광 자문위원으로 시에 강동 신명에서 서생 비학까지 울산의 해안선 135km를'고래바다'로 명명하자는 제안을 해놓고 있다.
 '고래의 날'이나'고래바다'는 울산을 홍보하는데 바다생명 중심의 살아있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내년 고래의 날에는 고래바다를 인간 띠로 만들어 고래의 이름을 불러보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고래의 날이 밸런타인데이와 겹치는 것도 사실은 호재다. 고래 모양의 초콜릿을 울산만의 특산품으로 만든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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