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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은 이층 단독주택으로 올해로 스물여섯살이나 되는 나이지만 욕심없는 우리가족들의 보금자리로는 손색이 없다. 아니 "욕심없는" 이라는 표현보다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상황"이 더 맞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일이층 합하면 쉰평이 조금 넘는 건물을 차지하고 아래층에는 친정아버지, 어머니가 이층에는 시어머님과 남편과 나 이렇게 살고 있다.
 그동안 양가부모님을 모시면서 겪은 마음 아픈 일, 마음 상하는 일이 있는가하면 가끔씩 기쁨이 배가 되는 일도 있다. 이 나이에 두 배로 받는 부모님 사랑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나만의 특권이기도 하리라. 물론 세분 어르신으로 하여 몸과 마음이 고단 한 날이 왜 없겠냐마는 부모님을 저세상으로 보낸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하는걸 보면 그날은 더욱 다행이다 싶어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며칠 전 퇴근을 하여 현관에 들어서니 깜깜하다. 깜짝 놀라 어머님 방에 들어서니 끙끙 앓고 계신다. 부랴부랴 인근병원으로 모셨다.
 "의사선상님 주사한방만 놔 주소! 나는 주사아니모 안났심더!"
 어머님은 애기처럼 의사선생님께 주사처방을 요청하신다. 어머님의 요구대로 주사두방을 드리겠다면서 웃으시는 모습에 어머님은 벌써 다 나은양 얼굴이 환해지신다.
 이튼날 퇴근길을 재촉을 하여 아래층에 인사를 하려는데 아버지모습이 영~ 말씀이 아니다. 감기기운이 심하신 것 같다. 이마에 열이 펄펄난다.
 곧장 준비하고  내려올 터이니 두꺼운 옷이라도 입으시게 하고 이층에 올라오니 시어머님께서 대뜸 "야~아야! 바깥사돈이 아파서 내랑 나이도 비슷하고 증세도 비슷해서 내먹던 약 한봉지 드렸다. 어떠시더냐" 하신다. 아뿔사! 어쩌랴. 많이 편찮으신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약이 효험이 없나"하시면서 고개를 갸웃뚱 하신다.
 두 분을 재촉을 하여 병원으로 부랴부랴 갔다. 아버지도 감기가 심하시단다. 주사두방을 처방해주신다.
 다음날 어머님을 모시고 진료실에 들어서니 의사선생님께서 대뜸 "와~ 할배한테 감기를 옮겼능교? 아직도 한이불 덮고 주무시나보네"하신다.
 "예?!…음" 어머님은 하회탈모습으로 웃으신다.
 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목젖이 보이도록 웃었다.
 주사두방을 맞으신 어머님, 바깥사돈보기가 좀 민망하신듯 "하이고! 의사선생님 눈치도 없는 양반이네~"하신다.
 우리는 그냥 웃었다. 집에 오면서 내내 웃었다. 물론 아버지도함께 웃으셨다. 그날 감기는 주사두방과 웃음으로 치료는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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