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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암각화박물관이 5개년 계획으로 야심차게 펼치고 있는 '한국의 암각화' 총서 발간사업이 오는 10월 대장정을 끝내게 된다. '한국의 암각화' 발간은 암각화 연구에 있어 가히 기념비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유일의 암각화 전문박물관으로서는 당연히 펼쳐야 할 사업이지만, 무수한 난관을 넘고 또 넘어야만 하는 그야말로 쉽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그 어려운 일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드디어 그 험난한 여정의 종지부를 찍기에 이르렀고, 4개월 뒤 사업을 마치게 된다. 그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암각화박물관의 적은 연구인력과 풍부하지 않은 예산으로는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암각화박물관의 학예연구사들은 열정으로 똘똘 뭉쳐 그 버거운 일을 헤쳐 나갔다. 

 '한국의 암각화' 발간은 국내의 암각화 유적을 일일이 조사연구해 책자로 펴내는 사업이다. 2010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이상목 관장을 비롯한 학예연구직 3명이 국내 곳곳의 암각화 유적 현장을 찾아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실측조사와 함께 판독작업을 해야 했다. 수천년을 내려오는 동안 형상이 훼손된 부분을 보다 정확하게 판독하기 위해서는 야간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난의 강행군이었다. 현장작업을 마쳤다고 해도 갖가지 실내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저물었다. 마침내 성과가 나타났다. 사업 착수 이듬해 2011년에 '한국의 암각화' 1권이 나왔다. 부산·경남·전라·제주지역 11곳의 암각화 유적을 총정리한 책이다. 이미 여러 기관에서 파악한 유적을 다시 정밀하게 조사한 내용을 꼼꼼하게 수록했다. 조사과정에서 새로 발견된 경남 의령 마쌍리 유적도 포함했다. 

 '한국의 암각화' 첫 책이 나오자 격려가 이어졌다. 암각화 조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다음으로 대구·경북지역의 암각화 조사연구에 나섰다. 꼬박 1년을 몰두했다. 자연환경과 제작기법, 제작연대 등등 외에도 고고학적 자료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짚었다. 그림의 성격이라든가 의미 등도 살폈다. 그렇게 경주 석장동과 포항 칠포리, 대구 천내리 등 13곳의 유적을 조사했다. 2012년 2월 두 번째 책 대구·경북 편을 펴냈다. 

 2012년부터 우리 나라 암각화의 두 봉우리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조사연구에 온힘을 기울였다. 두 암각화는 갖가지 형상과 기하적인 문양, 그리고 명문(銘文) 등으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보다 완벽하고 철저한 현장조사가 뒤따르지 못했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조사기관을 달리한 조사에서 매번 그림숫자가 늘어나곤 했다. 지난해 2월 세 번째 책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간했다. 

 마지막으로 천전리 각석에 매달렸다. 오랜 기간의 현장조사를 마치고, 지금 한창 실내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10월이면 네 번째 책 '천전리 각석'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의 암각화' 총서 발간사업도 그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이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암각화 유적 두 곳이 부록 형태로 실린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남부지방에서만 암각화가 발견됐는데, 특이하게도 한 곳은 DMZ 근처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의 '한국의 암각화' 총서 발간사업은 국내외 암각화 연구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철저하고도 완벽한 현장조사 결과물이 없다면 새로운 시각을 수반한 진일보한 연구가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암각화 연구자일지라도 현장조사 결과물이란 바탕이 마련돼 있어야만 높은 연구성과를 낼 수가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이 펴낸 반구대 암각화 책을 바탕으로 벌써 외국인 연구자가 3편의 논문을 썼다고 한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의 명성이 외국에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하겠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이 개관 초기의 단순한 전시관으로써의 기능에서 벗어나 연구ㆍ교육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면 과연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부끄럽게도 2008년 개관 당시 전시관으로써만 기능하다가 이태 뒤 2010년 박물관으로 바뀌면서 본연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암각화박물관이 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덕분에 외국에까지 울산의 품격을 널리 알리고 있다는 점을 울산광역시는 물론 울산시민 모두가 깊이 깨닫고, 많은 지원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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