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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진행되던 주택재개발사업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대다수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고, 오히려 정비구역을 해제해 사업을 취소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주택환경 개선이나 도시 재단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도 퇴색한 지 오래다. 부풀었던 기대감은 부메랑이 돼 재산권 제약, 주민 갈등, 지역 슬럼화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불투명한 사업성 등 맞물려
  재산권 제약·주민갈등·슬럼화 등 휴유증만
"각 주체 역량 결집 성공사례부터 만들어야"

# 반구동 일원 정비구역 첫 해제
 울산시는 최근 중구 B-09 주택재개발구역(반구동 일원)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이 구역은 지난 2008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주민들 사이에 재개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려 조합이 설립되지 못했다.

 2012년 정부가 토지 소유주 등의 과반 이상 동의가 있을 때 재개발을 해제할 수있는 한시법을 도입하자, 이 구역은 토지 소유자 825명 중 428명의 동의를 얻어 시에 정비구역 해제를 신청했다.
 이 구역뿐 아니라 중구 B-03(우정동), B-08(학성동) 등에서도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하는 등 최근 울산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울산의 주택재개발사업은 울산시가 2006년에 '2010년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고시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이 계획의 핵심인 주택재개발 예정구역은 38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울산의 재개발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불투명한 사업성, 주민 기대감에 따른 땅값 상승 등이 맞물린 것이 그 배경이다.
 사업 진행은 안 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집을 고치는 등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그런데도 2009년에 갱신된 '2020년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는 재개발 예정구역이 도리어 51곳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이 가운데 사업이 완료된 구역은 1곳도 없다.
 남구 B-08, 중구 B-04(북정·교동)와 B-05(복산동) 등 3곳에 조합이 설립된 것이 전부다.
 
# 주민-행정 '불협화음'
재개발 사업 부진의 원인을 어느 하나에 돌릴 수는 없다.
 넓은 마을 단위의 단독주택지를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의 특성상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부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개발과 같은 시기에 시작한 울산의 재건축사업은 동구 C-01·02·03(전하동), 남구 C-01(무거동) 등 4개 구역이 준공돼 입주를 완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재개발이 단 1곳도 완료되지 못한 데는 사업주체인 주민과 이를 지원해야 할 자치단체 간 불협화음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주민들은 재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자치단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행정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재개발 예정구역을 지정했고 실제 사업에 기반시설이 포함되는 만큼 공익적 성격이 짙은 데도, 자치단체는 '어디까지나 민간사업일 뿐'이라는 논리만 되풀이하며 손을 놓았다는 것이다.

 울산시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 부진은 건설경기 부진에서 비롯된 것일 뿐, 경기가 좋고 사업성이 높으면 지지부진할 이유가 없다"면서 "행정도 예산을 투입해 재개발 구역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법에 따라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데, 행정이 사업을 피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국 돈벌이에 급급한 업체, 이를 부추긴 지주, 공약을 남발한 정치인, 문제를 방관한 행정기관 등 모든 주체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실패를 교훈 삼아 각 주체의 역량을 결집, 성공사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부동산 경기를 고려하면 우후죽순 사업을 진행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주민 75% 동의를 얻어 조합 설립까지 완료된 곳을 대상으로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단 1곳의 성공사례부터 만든 뒤 그 경험을 주위에 파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환기자 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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