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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절곶 해돋이 장소에 가면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우체통이 있다. 우체통 옆에 '간절곶 소망우체통'이라고 커다랗게 각인되어있다. 간절한 소망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뜨는 새해의 해를 보면서 적어 보내면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로, 울산의 명물로 자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기대가 된다. 또한 한시적이 아니라 연중 계속 우체통의 역할을 다한다 했으며, 중요한 것은 간절곶의 일출사진이 새겨진 사진엽서를 무료로 무제한 비치하여 이곳을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단히 참신하고 돋보이는 아이디어라 할 수 있겠다.  
 희망과 소망을 담은 우편물을 넣을 수 있는 우체통이 있어 추억을 새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 생긴다면, 반대로 그간 나빴던 모든 사실들을 넣어 어디론가 보내버릴 수 있거나 아주 잊어버릴 수 있는 망각의 우체통이 하나 더 서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사다난한 가운데 더러는 행복과 환희의 날도 있었지만 한 해를 보낼 즈음엔 환희보다는 사회적 충격과 집단 간의 반목으로 이어지던 절규의 날들이 더 앙금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러한 모든 것들을 소망 우체통 옆에 있는 망각의 우체통속에 넣어 모두 잊어버리고 싶다.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막말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있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공중파를 타고 우리들 귓전에까지 전달되어왔을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허탈감이 느껴진다.
 한 해를 마감할 즈음이면 자기반성에 이은 성찰과 덕담이 성해야 세모에 어렵게 사는 이웃들의 마음이 훈훈하게 녹을 것을, 훈훈한 것은 고사하고라도 더욱 칼바람 같은 세파의 정을 더하고 있으니 이 사회가 침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미 . 일 . 중과 치열한 생존의 외교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정서는 핵을 가졌거나 말거나, 생존권을 가지고 외교전을 펼치거나 말거나 사회적으로 무관심의 극치를 달리는데도 이를 계몽할 기관이 없다.
 전쟁이 나면 이겨도 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한 일반적인 상식의 문제다. 그래서 피 끓는 젊은이들을 징집해서 일정기간동안 군대에 복무하게 하는 것은 바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더더욱 상식의 문제다. 그런데 어느 날 신성하다는 국방의 의무가 '군대 가서 썩는다'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더욱 정제됨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렇잖아도 군대징집을 피하기 위해 자해를 한다, 외국국적을 취득한다, 또는 의사와 짜고 가짜진단서를 첨부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군대 안 가려는 참에 '군대 가서 썩을 수 없다'는 식으로 오해가 된다면 핵을 가진 북한을 주적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오해는 대단히 불필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난데없이 찾아와 안 그래도 어려운 농촌을 더욱 어렵게 만든 AI(조류인플루엔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파업, 소 판돈 단돈 2 백만 원을 빼앗기 위해 노부부를 살해해야하는 비정한 사회, 돈 1 백만 원을 주고 남편을 청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가정파괴의 뉴스, 자식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것으로 부족해 보일러 스위치를 꺼버린 채 열쇠를 채워 감금해놓고 자기들은 가족여행을 떠나버려 남겨진 부모는 결국 동사했다는 가족파괴의 뉴스가 우리들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하건대 이런 반인륜적이고 비사회적인 나빴던 모든 부문을 한데 묶어 한해를 마감하기위해 떨어지는 해와 더불어 망각의 우체통속에 넣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잊을 수만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새해에는 나라다운 나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실히 확립하는 나라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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