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사측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 강도를 더욱 높이기로 해 지역 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7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동안 3차파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은 노조간부 200여명으로 구성된 상경투쟁단을 2개조로 나눠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와 아산정책연구원 등에서 임단협 타결을 위한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전방위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사협상 난항에 17일 3차파업 예고 등 장기화 조짐
글로벌시장 신뢰 추락 향후 물량확보 애로 우려까지
부동산시장 꽁꽁·유통업계 연말특수 실종 매출 급감
시민단체 "하루빨리 합리적 접점 찾아 파국 막아야"

#올해 적자만 3조원
현재 현대중공업의 상황은 역대 어느 시기보다 나쁘다. 이미 알려진 대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1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적자만 3조원이 넘는다.
 잇따른 실적 악화에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 고강도 개혁이 시작됐다.

 문제는 노사협상이다. 20년 무분규 사업장이라는 영예로운 훈장을 단 기업이지만 이제 이 기록도 깨졌다. 전방위 위기 속에 현대중공업의 선택지는 그리 넓지 않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 협상 타결이 선결되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올해안의 협상 마무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7일 노조의 대규모 파업이 이어지면, 노사간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측은 노조가 실시했던 부분파업의 불법성을 지적했고, 노조는 파업참가자에 대해 사측이 잔업 특근을 배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노사 간 불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납기가 중요한 조선산업에서 노사 간 화합은 입찰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다. 현대중공업 노사 분규는 고객사의 신뢰를 잃게 만들고 향후 물량 확보 등에 어려움을 유발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현대중공업 노사분규 장기화로 울산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협력업체들 또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불법파업" 對 "잔업배제" 마찰
현대중공업의 '이중고'로 인해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해 온 동구지역 주택·부동산이 최근 추락세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역 유통가와 식당·호텔에서는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현대중공업 덕분에 먹고 사는' 동구지역 경제가 치명타를 입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동구 방어동 문현시장 일대에 군집을 이루고 영업을 하는 20개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올 하반기부터 거래가 뚝 끊겼다. 상반기만 해도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대형 프로젝트 덕분에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거래가 활발했던 곳이다. 지난 4~5월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20여건 부동산 거래 실적을 올렸을 정도다. 그러다 하반기부터 동구지역 부동산 시장 기조가 급반전했다. 여름철이 지나자 점차 문의가 뜸하고 한산하더니 지금은 실거래가 아예 얼어붙은 모습이다.

# 주택매매가 10%나 하락
동구지역 A 공인중개사는 "현대중공업 건조 물량 소화를 위해 외부에서 인력이 대거 들어오면서 숙소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덕분에 방어동을 중심으로 동구지역 주택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올 여름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냉기가 흐르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3조원 적자와 함께 노사간 첨예한 갈등으로 20년만에 파업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매물은 제법 나오고 있지만 매수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때문에 주택 매매가도 10% 가량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 원룸형 다가구주택에도 공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동구로 유입된 인력들이 최근 서서히 빠지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기존 단독주택을 헐고 신축된 다가구주택에 공실화가 진행, 월세 역시 10% 가량 낮아졌다.

 이같은 상항은 동구지역 연말 특수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동구점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말 선물 특수를 기대했던 11~12월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5~10% 가량 감소했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실적 부진과 경비 절감 등으로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연말 선물용 제품의 매출이 축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백화점 동구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경기불황으로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동구는 현대중공업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연말 선물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지난 7월 노사간 협상이 시작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더니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합의가 순조롭게 해결되기만 손꼽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유통업계도 매출 급감
지난 1일 울산시니어포럼과 동울산청년회의소 등 울산지역 시민단체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협력회사, 지역 소상공인, 영세상인과 그들의 가족까지 고통 받게 할 수 있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이에앞서 울산지역 경제, 시민,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행울협)는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중공업은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다"면서 "42년 동안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1위의 조선대국으로 만들었다"고 전제했다. 이 단체는 "노동조합에도 회사의 위기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