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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은 5년 전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천안함 46용사의 합동 영결식이 열렸던 날이자, 윤봉길 의사가 1932년 중국 땅 상해 훙커우공원(虹口公園)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 기념식에서 폭탄을 터뜨려 일본국 상해파견군 사령관 시라가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대장을 비롯해 해군사령관 노무라 요시사부로(野村吉三郞) 중장, 제9사단장 우에다 겐키치(植田謙吉) 중장, 주중공사 시케미쓰 마모루(重光葵), 거류민단 행정위원장 가와바다 사다쓰구(河端貞次), 주중총영사 무라이(村井倉松), 민단서기장 토모노(友野盛) 등 7명에게 중상을 입혔던 날이다.
 

 가와바다는 다음날 사망했고, 우에다 겐키치는 왼쪽 다리, 시케미쓰 마모루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시라가와는 패혈 증세를 겪다 약 한 달 뒤 사망하는 등 일본의 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던 대한민국 독립전쟁사의 찬란한 쾌거일이 바로 4월 29일이다. 이후 일제의 주중공사였던 시케미쓰 마모루는 1945년 9월2일 미조리함에서 지팡이를 짚은 채 항복문서에 서명한 외무대신 장본인이다. 그가 동경만에 정박한 미조리함에 올라갈 때 당시 해설자에 의해 한국의 애국자에 의해 다리가 잘렸다고 소개됐던 인물이다. 그런데, 4월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전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연설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일본으로부터 진주만을 기습공격 당했던 미국이 전범국가의 총리에게 지구촌 인권가치와 사회적 정의의 상징인 의회에서 연설하도록 허용한 것을 보는 우리 국민들의 심중은 착잡하기만 하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질서 속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독도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군 성노예문제, 평화헌법수정 등 일본인들의 끊임없는 역사수정주의를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이제 일본은 단순한 이웃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나라 밖의 도전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사회지도층은 과연 어떠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고 있는가 자성해 봐야 한다. 일부 방송에서는 자살한 어느 기업인의 불법행위를 마치 그 사람은 청빈한 기업가였는데 억울하게 됐다고 미화하는 듯한 출연자들의 발언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현 상황은 분명 비정상의 아노미(Anomie)요 카오스(chaos) 상태에 비견할만한 상황이 아닌가.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주류로 혜택을 받았던 사회 지도층이라면 분명한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극일(克日)의 방향을 제시하고 일본의 내셔널리즘을 경계하는 국민 역량 결집에 나서야 한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 나라와 국민을 구출한 것은 지도층이 아니라 언제나 일반 민초(民草)들이었다. 일제 강점기하 독립 전쟁 때도 그랬고 6.25한국 전쟁 때 풍전등화에 놓였던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도 전장에서 쓰러져간 어린학도병을 비롯한 수많은 무명용사와 참전용사들이었다.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도 위기 때마다 국민들이 먼저 나섰다.  아이의 돌 반지를 모아 국가위기를 극복하고자 힘을 모으고 무서운 저력을 보여줘 세계를 놀라게 한 것도 일반 국민들이었다. 그러했던 국민들이 지금 네편 내편으로 갈라져 하루가 멀다 하고 수도 한 복판에서 분열하고 갈등하고 있다. 여기에 이념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의 길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일부 지식인, 종교인까지 선동적 정치인, 직업적 시위꾼과 합세하여 북한의 인권과 독재성, 집회현장의 불법성과 무질서에는 침묵한 채 우리 내부를 향해 총질해대면서 대한민국의 자존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내부의 역량이 소진되고 분열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 어김없이 국난이 닥쳤던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삼아야 하겠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은 또다시 반복되는 고통의 역사에 신음하게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경구(警句)이다.
 

 윤봉길 의사가 83년 전 꿈꾸었던 조국의 미래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분열과 갈등이었을까. 윤 의사는 분명 풍요롭고 자유가 넘치는 그리고 법질서와 정의가 살아있는 그러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기꺼이 독립전쟁에 목숨을 던졌을 것이다.
 국가유공자의 희생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이 아닌가. 극일(克日)에 하나 된 마음으로 동참하자. 광복 70주년을 맘껏 경축하고 분단 70년을 마감함으로써 미래로 희망을 키우고 통일로 한 발짝 더 다가 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울산시민의 건강한 시민운동이 살아 숨 쉬는 행복한 공동체, 역동적인 울산사회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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