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열린 울산시립미술관 건립 자문회의에서 한가지 놀란 게 있다. 2012년부터 건립에 참여한 자문위원들마저 요즘 미술관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단 점이었다. 위원들은 이 날 미술관이 애초 울산초 부지에서 북정공원으로 밀려날 상황이란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회의감을 표출했다. 부지협소와 경관저하를 우려했고, 미술관 지하화 방안에 대해선 기술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정 배치안은 이 날 처음 공개된 게 아니었다. 앞서 지역언론에서 객사터 보존이 본관인 학성관 뿐 아니라 중문, 정문까지 포함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반향이 적었고 시가 알리지 않아 위원들조차 몰랐던 것이다. 자문위원들이 이럴진대, 시민들은 오죽할까. 미술관 건립의 가장 중차대한 일들이 지금 진행되고 있음에도, 시는 시민사회와 머리맞댈 생각은 없는 듯하다.

 취재차 지역의 건축전문가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이들은 도대체 시가 어떤 절차를 거쳐 일을 진행하는지, 의문을 표했다. 의견수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용역에서 하고 있으며, 필요한 얘기는 행정에 직접하라고 했다. 이 얼마나 행정편의적 시각인가.
 현재 시는 문화재심의위원회 결정에 모든게 달려있다보니 결정을 거스를만한 티끌만큼의 행동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어차피 문화재위원회가 객사터 보존을 지시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시민사회와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은 미술관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지 않을까.
 현재 우리는 몇가지 한계에도 부지를 고수하거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지를 고수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조선시대 객사를 건축 포인트로 잡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미술관을 지을 수 있단 점이다. 인근 문화의거리, 문화재와 연계활용도 가능하다.

 반면 울산의 도시성격에 맞는 최첨단 미술관을 짓기엔 성격상 차이가 있다. 부지협소, 문화재와의 부조화 등이 한계다. 예산도 문제다. 보상비 제외 500억이 조금 넘는다. 특색있는 건물을 지으려면 돈이 더 들 판에, 돈이 더 드는 지하화 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가뜩이나 각 지자체 미술관이 장사가 안되는데, 불필요한 예산과 부지협소, 경관저하도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2년 늦었는데,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금 늦게 짓자는 시각도 있다. 중구민 정서가 걱정되면 중구 내 타부지도 물색하면 된다. 부지논란을 끝내야 다음 과정도 제대로 진행된다. 행정의 일관성을 이유로 일방통행 의견수렴을 하고(그 전문가 의견도 외지인 의견만 들어서 혼쭐이 났지만), 행정편의에 기대 시민 관심을 안 높인다면, 우리 역시 손님없는 미술관 하나를 더 짓는데 그칠지 모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