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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시내에 평당 800만 원대의 신축 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하는 플래카드가 도로 등에 무차별적으로 내걸리고 있다. 중구 다운동에 추진됐던 서희스타힐스 아파트 부지에 '다운동 리벌벨루스' 건립이 재추진된다는 광고다. 1·2차를 합쳐 총 800세대를 건립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구역에 포함된 부지의 소유주는 물론 관계기관과도 전혀 협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아파트 건립 예정부지는 울산시 지정 문화재 구역이 상당부분 포한돼 있어 정상적으로 허가가 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문화재 경계선을 침범한 것은 문화재 구역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인데 선례가 없는 일이다. 지역주택조합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재 조합원을 모집 중에 있어 자칫 피해가 우려된다. 당초 이 부지에 추진되던 서희스타힐스는 문화재 형상변경 허가를 받는데만 8차례의 문화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던 점을 감안하면 문화재 구역이 포함된 아파트 건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칭 울산다운지역주택조합은 남구 삼산동에 '8월말 견본주택을 그랜드 오픈한다'며 조합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 아파트 단지배치도가 문화재 구역 경계선과 상당부분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본 설계도에는 107동과 108동 사이에 문화재 경계선이 포함돼 있으며 105동도 문화재 경계선에 건립하는 것으로 배치돼 있다. 이 문제 외에 사업구역도 조합 측이 일방적으로 선을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건립부지에 포함된 다운골프연습장 등 사유지 지주들은 사전 협의나 동의도 없이 터무니없는 그림을 그렸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조합 측의 계획대로 부지를 확보한다 해도 실제 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화재 구역에 허가가 난 선례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묻지마식 아파트 건립사업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조합원의 피해가 걱정이다. 건축법보다 우위에 있는 문화재법에 막혀 사업이 좌초될 경우 5,000~6,000만 원의 조합원 가입비와 사업 추진비를 낸 조합원은 고스란히 앉아서 피해를 당하게 된다. 앞서 추진된 서희스타힐스 지역주택조합도 조합원 250명 중 100여 명이 탈퇴했다. 서민들의 내집 갖기 열망에 편승한 '먹튀식' 아파트 사업에 대해 규제 방안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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