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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적 악화 상황서 투쟁 고집하다 고객반감 부채질 우려
전문가 "사회 분위기 등 감안 무파업으로 실속 챙겨야" 지적


현대차노사가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1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지난 27일 21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오늘부터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등 투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차지부는 임금 15만 9,900원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8+8 주간연속2교대 시행,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합의,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안 하나하나를 들여다 볼 때 협상 시작 전부터 올해 협상의 난항을 점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임금체계 개선 및 통상임금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중삼중의 어려움이 전망됐었다.

# 쟁의발생 결의 등 투쟁 수순
현대차지부는 조정신청 10일 이후부터 파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차와 현대차지부에 대한 비판 여론과 근래 대내외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왜냐하면 현대차 경영실적 악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현대차 이미지 실추에 대해 현대차지부도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못마땅해하는 사회적 정서 아래에서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돈과 복지 문제 때문에 투쟁의 깃발을 올리는 모습은 비난의 화살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현장조직의 파업 부추기기와 조합원 기대치를 감안한다면 집행부가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는 것이 현대차 노조내부의 현실이다.

 현대차 노사관계에 정통한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 경영상황이 좋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강압적 행동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무파업을 통해 임금 손실이라도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 기업 이미지 개선 노력에 찬물

현대차는 판매하락의 한 원인으로 이미지 하락을 꼽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고객들의 나쁜 감정을 없애야만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내부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동호회 초청 품평회와 내수와 수출용 차량의 충돌테스트 등 고객들의 오해를 풀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랫동안 고착된 고객들의 불신을 희석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일련의 노조 행보는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해 현대차 노사협상의 최대 부담이자 상징적 쟁점은 '안티현대'로 요약이 가능하다. 회사나 노조 모두 이 부분을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는 눈치다. 현대차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상에는 현대차 비난 댓글이 무성하다. 특히 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은 성토의 장을 방불케 한다.

 울산 남구의 현대차 판매대리점 모직원은 "중저가 수입차가 시중에 나오면서 수입차에 대한 거리감이 많이 사라진데다 노조 파업 때문에 수입차로 고객을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실제로 수입차 급성장 배경에는 노조의 파업이 촉매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비아냥 분석까지 있다. 더구나 올 들어 현대차 영업상황까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이 뚜렷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분위기 파악도 못하냐"는 질타를 고스란히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가장 큰 고객이 될 젊은 세대들이 수입차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은 미래 내수시장의 판도를 암시하는 불길한 징후"라며 "현대차가 내수시장의 맹주자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미지 쇄신이 시급하고, 노조도 당연히 협조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례적인 노조의 투쟁은 고객들을 자극시켜 안티현대를 양산하는 온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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