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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가 주최한 '제9회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회가 28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김바다 심사위원, 김진영 시인·서덕출문학상 운영위원장, 정일근 심사위원장, 장세련 심사위원, 박선미 심사위원, 김미희 심사위원이 후보작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노화정기자 usnhj@

울산출신 아동문학가 서덕출(1906~1940)선생의 삶과 작품세계,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제정된 '서덕출문학상'이 아홉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해마다 아동문학인 사이에서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제9회 서덕출 문학상' 특집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이삭 시인의 수상 소감을 포함해 심사위원들이 꼽은 수상작품집 속 주요작품과 심사평을 함께 싣는다. 편집자

# 심사평
울산이 낳은 '봄편지'의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을 기리는 제9회 서덕출문학상의 투고 작품집이 예년에 비해 풍성해졌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지만,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었다. 주관사인 울산신문사 측은 평소의 3배 가까운 작품집이 투고됐다고 했다. 서덕출문학상의 권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심사위원들은 투고 작품집과 심사위원 추천 작품집 정독을 통해 9편의 작품집을 최종심에 올렸다. 『생각하는 감자』『삐딱삐딱 5교시 삐뚤삐뚤 내 글씨』『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안 괜찮아, 야옹』『안녕, 햄스타』『병원에 온 비둘기』『금관의 수수께끼』『여우비 도둑비』등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집 중 어느 작품집이든 서덕출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는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좀 더 서덕출 문학정신에 부합되는 작품집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그 기준은 서덕출문학상에 권위를 높여줄 작품집과 서덕출 선생의 동요성을 가졌는지, 어린이들이 읽기에 편안한지를 검토했다.
 그 결과 『삐딱삐딱 5교시 삐뚤삐뚤 내 글씨』(김은영·문학동네)와『여우비 도둑비』(김이삭·가문비 어린이)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삐딱삐딱 5교시 삐뚤삐뚤 내 글씨』는 시인의 여섯 번째 동시집으로, 동심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자연을 노래할 때도 동심을 비껴나지 않은 경쾌함과 잔잔한 감동의 동시들이 많은 좋은 작품집이었다.
 『여우비 도둑비』는 '순 우리말 민화 동시집'으로 특색이 빛났다. 우리말로 된 '비'의 종류를 찾아서 짧고 경쾌한 리듬의 동시를 담았다. 삽화 역시 이순귀 민화작가의 민화를 담아 한 권의 동시집을 만드는데 투자한 공덕 또한 지극했다. 독자인 어린이들을 위한 그러한 배려가 큰 공감을 주었다.


 공동수상까지 거론됐으나, 심사위원들은 김은영 동시인에게는 반드시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김이삭 동시인의『여우비 도둑비』를 2015년 제9회 서덕출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했다.
 그의 선정에는 서덕출문학상 제정으로 지역 아동문학계에서 보여주는 노력에 대한 점수가 더해졌음을 밝힌다.
 수상작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최종작품의 작가들에게는 다음기회에 꼭 만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 정일근(시인·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김이삭 시인
# 김이삭 시인 수상 소감
며칠 전 영남알프스를 돌던 중 첫눈을 보았습니다. 순간 손바닥을 펴 눈을 받으며 하나님께 기도 했습니다.
 상을 받을 때마다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와 두 사람의 동행이 영화관 시사회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말도 세 필 준비돼 있었습니다. 제가 함께 타고 가자고 하니 극구 사양을 하며 저 혼자 말을 타고 가라고 했습니다. 몇 번을 함께 가자고 했는데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전 혼자서 말을 타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이 혼자인데 외롭지 않고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가면서 손님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도 준비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꿈밖으로 나왔습니다.
 올 한해 참 좋은 동시집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귀한 상이 제게 왔음을 보고 너무 놀라 어지러웠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나서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열심히 하라는 귀한 뜻임을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처음 동시 쓰기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권오삼 선생님과 박일 선생님을 비롯해 함께 공부했던 문우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예쁜 민화를 그려 주신 이순귀 선생님, 시인이 꿈이셨던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제 동시집을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서덕출 문학상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 김이삭 시인은
경남 거제 출생(1967년생)인 김이삭 시인은 현재 울산에서 동시, 동화를 쓰며 문단활동을 하고 있는 아동문학가다. 제9회 푸른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동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제13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바이킹 식당' '고양이 통역사' '여우비 도둑비', 창작동화집 '거북선 찾기' 등 6권의 책을 펴냈다.

# 수상작 주요 작품

여우비
 
악당
교활 전문
동화 속 나쁜 역할만 시킨다고
화가 난 여우
 
맑은 하늘에
오줌 잠시 뿌리고 간다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주룩비
 
주룩주룩
비 내리는 강가
 
아빠 해오라기
발 담근 채 먹이 찾아요
 
물살이 철벙철벙
비가 아무리
내려도
 
새끼 해오라기에게 줄
물고기
찾고 있어요
 
※주룩비 - 주룩주룩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
 

 

오란비
 
자전거 며칠 째
세워 두고
 
빨래 줄줄이
마르지 않고
 
솔솔솔
구수한 호박전
냄새나면 장마
 
※오란비 - 장마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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