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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집 한 채 있네 - 물건방조어부림 2

                                                                                      고두현

그 숲 그늘 논밭 가운데 작은 집 하나
방학 때마다 귀가하던 나의 집
 
중학 마치고 공부 떠나자
머리 깎고 스님 된 어머니의 암자
 
논둑길 겅중 뛰며 마당에 들어서다
꾸벅할까 합장할까 망설이던 절집
 
선잠 결 돌아눕다 어머니라 불렀다가
아니, 스님이라 불렀다가
 
간간이 베갯머리 몽돌밭 자갈 소리
잘브락대는 파도 소리 귀에 따숩던
 
그 집에 와 다시 듣는 방풍림 나무 소리
부드럽게 숲 흔드는 바람 소리 풍경 소리.
 
먼 바다 기억 속을 밤새워 달려와선
그리운 밥상으로 새벽잠 깨워 주던
 
후박나무 잎사귀 비 내리는 소리까지
오래도록 마주 앉아 함께 듣던 저 물소리.


● 고두현 시인- 1963년 경남 남해 출생.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펴냄. 현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여 행 노 트
누구에게나 제 태생을 찾아가려는 모천 회귀의 본능이 있습니다.
 기억 속의 집은 벗어버린 껍질만 같아서 눈물 겹습니다. 그리고 초라합니다. 그러나 거기서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울고 웃으며 성장통을 겪었고 그 껍질 속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시인의 고향은 아마도 반농반어의 해안가로, 역시 자연 풍광이 뛰어난 곳에서 자랐으니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같은 서정성 짙은 시편들이 샘 솟는가 봅니다.
 맵찬 바닷바람에 개 떨 듯 떨다가도 언제나 방풍림 안으로만 들어서면 눈 녹듯 포근했을 시인의 고향. 방풍림으로 둘러 싸였을 들판  가운데 있는 시인의 집.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있는 천연기념물입니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길이 약 1,500m, 폭 30m의 마을 사람들이 심은 인공림입니다. 숲은 바다를 앞에 두고 뒤편에는 농경지가 넓게 자리 잡았습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울창한 팽나무·푸조나무·참느릅나무·말채나무·상수리나무·이팝나무·무환자나무 등과 상록수인 후박나무와 소태나무·때죽나무·가마귀베개·윤노리나무·갈매나무·쥐똥나무 등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이 어부림은 강한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숲이라고 합니다.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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