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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오늘도 아니다. 일주일도 넘게 나는 뱃속의 '꼬맹이 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예정일이 안 되긴 했지. 아홉 달 후, 마지막 한 달이 왜 이리도 조바심이 나는 건지. 첫 번째 꼬맹이가 태어났을 때, 모든 게 빠르게 정신없이 흘러가 내가 어떤 감정을 누릴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겼을 땐 조리원 침대에 홀로 누워 있었다.

 창밖으로 달이 보이고 조용하게 홀로 누워있자니 이곳이 파라다이스구나 싶었다. 그때 떠오른 곡이 바로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Suite Bergamasque' 가운데 세 번째 곡인 '달빛'이었다.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이며 완성자인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며 그의 피아노 작품 중 높은 인기를 누리는 대표곡이다.

 인상주의 음악을 쉽게 표현하자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랄까? 그전의 음악들은 이야기와 형식 규칙에 의해 곡을 표현해 냈다면 드뷔시는 그 모든 양식과 규칙을  파괴하고 어지럽혀서 그만의 색채감을 찾아 곡을 표현했다. 사물의 형체가 애매모호하고 딱히 무엇을 표현했는지 어려운, 신비롭고 몽환적인 그런 그림이 바로 드뷔시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드뷔시의 사진을 보면 음악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의 음악은 하늘하늘 나풀나풀~, 너무나도 섬세하고 우아하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덥수룩한 수염에 둔해 보이는 모습으로 잘생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달까. 그런데 실제 그는 여성 편력이 심한 카사노바 였으며 가난과는 상관없이 늘 최고급 음식만 찾는 미식가에, 최첨단 패션을 선두하며 고가품의 미술품을 사는 귀족 취향의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신비롭고 세련된 음악과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 드뷔시가 살아있다면 커피 한 잔하며 이야기 해 보고 싶다. 베르가마스크 피아노 모음곡은 '프렐류드 Prelude' '미뉴에트 Menuet' '달빛 Clair de Lune' '파스피에 Passepied' 등 총 네 곡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프렐류드'와 '달빛'은 들어보면 "아, 이 곡~"하고 알 수 있을 만큼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가 많이 접해 본 곡이다.

 1890년 23세의 젊은 드뷔시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베르가모 지방에서 받은 인상으로 그 지방의 이름을 붙힌 이 모음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 초기 작품의 한계를 스스로 느꼈던 그는 그 이후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이 확립될 때까지 많은 관점의 변화를 통해 철저한 자기 작품의 비판과 수정을 가해 1905년이 돼서야 이곡을 출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세상에 나오게 된 이곡을 2016년 감상하고 있는 나는 감히 이런 부제를 적어두고 싶다. '프렐류드: 나만의 즐겁고 간절한 기다림' '메뉴에트: 꼬맹이 투의 뱃속에서의 마지막 움직임 세상 밖으로 나오다' '달빛: 지상낙원 그리고 빛나는 눈물' '파스피에: 현실…. 나는 엄마다' 나만의 감상법이다.

 독자들도 나만의 부제를 만들어보면서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난 오늘 하루도 웃으며 꼬맹이 투의 마지막 발차기를 기다리며 무사히 세상 밖으로 용감하게 나오기를 응원한다. "힘내렴~. 엄마가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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