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 이태리는 유로화 동전에 자신들이 가진 소중한 작품을 아로새겼다. 다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작품들이 반짝이는 금속 빛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유독 20센트 동전에는 로봇 같은 요상한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오래된 것도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작품도 아니다. 작가는 '움베르토 보치오니', 제목은 '공간 속에서 연속하는 독특한 형태'라는 조각이다. 

 이태리는 긴 역사를 가진 나라로 흔히들 착각한다. 1,000년의 로마나 신성로마제국 등 복잡한 역사 때문인데, 이태리반도는 11세기부터 도시국가로 성장, 교류하다가 1870년에야 겨우 통일이 된 나라가 이태리다. 유럽이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새로운 기술로 영국, 프랑스, 독일이 막대한 부를 쌓아가던 시기에 겨우 독립한 것이다.

 당연히 통일된 국가는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했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로마의 영광과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와 예술을 부정했다.

움베르토 보치오니, 일어나는 도시, 캔버스에 유채, 199.3×301㎝, 1910,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젊은 예술가들은 조국을 혁신시키기 위해 무정부와 젊음과 폭력을 옹호하면서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유려한 기계형태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했다. 마리네티가 1909년 "달리는 경주용 차가 사모트라케의 여신보다 아름답다"라고 한 미래주의 선언은 이태리 젊은 작가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조각보다 기계, 속도, 힘, 자동차, 기관차들에 더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꼈으니 기성인들의 허위에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그림, 조각, 건축은 물론이고 그래픽, 인테리어에도 미래주의로 물들였다. 비록 파시스트 정권과 가까워지는 바람에 미래주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기병대에 입대하여 훈련 중 낙마하여 33살에 요절한 보치오니를 이태리는 사랑했다.

 짧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품을 남겼고, 조국의 밝은 미래를 꿈꾸었던 그를, 그의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은 이태리의 혁신과 발전을 꿈꾸던 열정이었고, 이태리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 보답으로 보치오니를 동전에 새겨 다빈치와 함께 기리고자 한 것이다. '일어나는 도시'는 성난 군중의 격렬한 움직임을 캔버스 한 장에 한 장면으로 담아낸 한 그림이다. 그 격렬함이 아름답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